취지는 옳았지만, 그 방식은...
이번이 두 번째 현장 지원이다.
아니, 정확히는 다섯 번째쯤 된다.
세 번은 매장 서빙, 한 번은 물류센터,
그리고 이번엔 생산지원.
입사 전부터 각오는 했다.
스타트업은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해야 하는 곳이라는 걸.
“이건 제 일이 아닌데요?”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이번 지원엔 이유가 분명했다.
최근 품질 이슈가 잦았다.
공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고,
제품 기획할 때 현장 상황도 고려하라는 취지였다.
현장을 모른 채 책상 앞에서만 기획하는 건 헛수고가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이러니는 따로 있었다.
이번 주는 마감이 코앞인 상세페이지 작업에 집중하려 했다.
그런데 내가 모르는 이유로 우리 팀 지원 일정이 갑자기 뒤로 밀렸다.
그렇게 두 가지 스케쥴이 겹쳤다.
전체 일정이 바뀌면, 개인의 일정은 자연스럽게 희생된다.
결국 조직의 필요가 더 앞서는 구조라는 걸 다시 느꼈다.
현장에 들어가기 전엔,
‘그래, 내 사업이라 생각하고 일하기로 했으니 이것도 의미 있겠지.’
이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오전, 오후 각각 쉼 없이 세 시간 넘게 레일 앞에 서서 작업하다 보니,
어깨와 허리, 발바닥, 심지어 목까지 아파왔다.
머리를 많이 쓰거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건 아니다.
단순노동이라 오히려 뇌를 비울 순 있다.
그런데 몸이 힘드니까, 심적으로도 힘든 건 당연했다.
적성에 맞았던 개발 직무를 떠난 이유가
이런 육체노동과 잦은 지방 출장을 피하기 위함이 가장 컸다.
하지만 마케팅으로 직무를 바꿨음에도,
요즘 공장 출장과 현장 지원이 늘어나는 이 상황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그렇다고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결국 이 모든 건 내 선택이었다.
다만 이 선택이 오늘 나에게 이런 생각을 남겼다.
회사는 결국 조직의 필요에 따라 개인을 활용한다.
그 속에서 나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내려놔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