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하락 원인을 '신앙심 부족'에서 찾은 회사

by 감정 쓰는 직장인

직장을 네 번 바꾸는 동안 참 여러 회사를 다녔다.
그중 가장 이상했던 곳을 꼽으라면, 단연 한 곳을 꼽을 수 있다.

기독교 단체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반 기업도 아닌—
말 그대로 정체불명의 조직이었다.


회사의 사규는 아래와 같았다.

1. 매주 월요일 아침 전 직원 예배 참석
2. 예배 끝나면, 직원들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사무실 청소
단, 팀장 이상급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음
3. 매주 금요일 사내 성경 모임
4. 1박 2일 또는 2박 3일 수련회 진행
– 밤까지 강연 듣고 찬송가 부르기, 새벽예배 포함
5. 매일 실천해야 하는 5가지 행동
- 회사 제품 이용하기
- 감사일기 5가지 작성 후 팀 단톡방에 공유하기
- 만 보 걷기
- 성경 읽기
- 하나님 말씀 지인에게 전하기
6. 신규 입사자는 신앙심 다지는 교육 과정 별도 이수
7. 근무 시간 중 갑작스레 강당으로 소집되어 ‘게릴라 예배’ 진행
8. 대표와의 연 1회 신앙활동 관련 면담

처음에는 나도 좋은 마음으로 입사했다.

종교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어떤 형태로든 의미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어느 일요일, 사건이 터졌다.

휴식을 만끽하던 오후 3시, 단체 메시지가 도착했다.


'내일 출근 시, 2박 3일 수련회를 위한 숙박 짐을 챙겨오시기 바랍니다.'

0ebe8fcb.jpg?impolicy=resizecrop&rw=575&rh=575&ra=fill 당시 수련회 사용 장소 (출처: Hotels.com)


갑작스러운 통보. 개인 일정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어디서, 왜, 무엇을 위한 수련회인지 설명도 없었다.

그 다음 날에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최근 매출이 하락한 원인은, 직원들의 신앙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정말이었다.
대표는 우리가 다시 함께 기도하고,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날 난 확신했다.
이 회사는 정상이 아니다.

이건 조직의 권력으로 개인의 신념을 통제하려는 방식이다.

그 안에서, 나는 철저히 대상화된 직원이었다.
내 생각이나 신념은 중요하지 않았다.

회사에 순종하는 정도에 따라 평가받는 형태가 참 기괴했다.

나뿐 아니라 많은 직원이 불만을 토로했지만,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회사에서 상사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네가 하고 싶지 않은 일까지도 포함해서 월급 받는 거야.”
“회사는 하고 싶은 일만 골라 하는 곳이 아니야.”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업무적 인내심이 아닌, 순종을 강요받는 느낌이었다.

결국 나는 2년 반을 버티는 쪽을 택했다.
내가 맡은 직무는 좋아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은 내가 ‘무엇까지 참고 일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던 시기였다.

신념과 노동, 감정과 생계 사이에서
나는 어디까지 내 자아를 굽힐 수 있는지 매번 시험당했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회사는 일하는 곳이어야 한다.
업무 외 영역까지 침범당하는 순간,
그곳은 조직이 아니라 시스템에 기대어 굴러가는 또 다른 형태의 교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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