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게 답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버틴다고 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인정해주지 않아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에게 큰 관심이 없거든요.
지금 본인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으면, 회복 불능에 이를 수도 있어요.”
의사의 말을 듣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진지하게 들여다봤다.
나는 나답게 살고 싶었다.
일에서는, 회사의 목표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제대로 일하고 싶었다.
하지만 돌아온 현실은,
답이 없는 과한 목표만 던지고 마치 테스트하듯 "어디 한 번 해봐라"는 태도.
아이디어를 가져가도 전부 퇴짜 놓는 상사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심해지는 매출압박.
나는 그런 환경에서 스스로를 갈아가며 일할 수 없었다.
‘이 에너지와 시간을 나한테 썼다면?’ 하는 생각이 맴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직감했다.
‘또 지옥 같은 하루 시작이다.'
그 생각이 들자, 결국 인사파트 실장에게 면담 요청 메일을 보냈다.
휴직 제도에 대한 문의와 절차를 안내받기 위해서였다.
면담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부터 물었다.
“진단서를 내도, 회사에서 휴직을 거부할 수 있나요?”
그는 명확히 답했다.
"그건 회사가 판단하는 게 아니라, 의사가 판단하는 겁니다."
그 말을 듣고 본부장 면담을 바로 요청했다.
이런 이유로 몸에 무리가 왔고, 휴직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본부장의 반응은 남달랐다.
"뭐, 공황이에요? 정신과 다니는 사람 내 주변에도 많아요.
팀장은 알아요? 지금 불러줄게요."
그리고는 말했다. "푹 쉬고 와요."
그 후 팀장과도 면담했다.
팀장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내 고충과 증상까지 과거 면담 때 말했는데도, 처음 듣는 사람처럼 반응했다.
내 걱정보단 본인 변호와 일 걱정을 먼저 했다.
"뭐야, 난 자기가 그정도로 힘든 줄 몰랐어."
"지금 기획 중인 신제품은 구체화 어디까지 됐니?”
나는 최대한 상세히 설명했고,
그는 말했다.
"휴직 기간 길어질 것 같으면 미리 알려줘.
조만간 또 조직개편 있을 거라, 참고해야 해.
그리고, 너 진짜 복귀하는 거 맞지?"
그렇게 나는 일사천리로 면담을 마치고, 휴직 신청서를 올렸다.
마음 한켠엔 불안감도 있었지만, 가장 컸던 감정은 단 하나였다.
드디어, 좀 쉴 수 있겠다는 안도감.
이제 정말 나를 돌볼 시간이 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