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을 돌보지 않으면 회복 불능 상태가 올 수도 있어요.”
모든 이가 그렇겠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직장을 쉽게 떠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마지막 이직을 결심했던 그 시간이 나를 가장 많이 바꿔놓았다.
아직도 의문은 남는다.
왜 회사는 사람 뽑을 때 과거 경력의 일관성을 그토록 따지면서,
부서 이동시킬 땐 본인들 입맛대로 한 개인의 커리어 방향을 틀어놓는 건지.
나는 단백질 제품을 기획하는 부서로 입사했다.
이전 직장에서 유사한 경력이 있었기에, 자연스러운 배치였다.
그렇게 2년 3개월을 일하고 있던 어느 날, 케어푸드 팀으로 이동을 통보받았다.
경직된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인적 순환을 하겠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하지만 그 말은 납득되지 않았다.
내가 옮겨간 팀엔 이미 10년 이상 그 일만 해온 ‘진짜 고인물’이 두 명 있었으니까.
내가 납득하든 말든, 직장인은 일단 회사가 시키는 대로 움직여야 한다.
그건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바뀐 팀에서 내가 맡게 된 카테고리는 그간 해왔던 것과 전혀 달라서
타겟고객 연령층이 꽤 많이 높아졌고, 제품들도 낯설었다.
그 위에 '연 매출 178%를 신장시켜야 한다'는 미션이 얹어졌다.
구체적인 방향도, 액션플랜도 없이.
답답했던 나는 팀장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처음엔 가이드라인을, 나중엔 업무 조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상황이 궁지에 몰리자, 결국 난 팀 이동까지 요청했다.
원래 일하던 팀으로 되돌려놔달라고.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네가 이런 요청한 걸 본부장님이 알게 되면, 안 좋게 낙인 찍히게 될 거야.”
적응하라는 말이었다.
내게는 협박처럼 들렸다.
버텨야 하는 이유는 들었지만,
내가 왜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팀장이 내린 과제를 완수하겠다고, 주말에도 집에서 일했다.
매일 야근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퇴근하면 밤 10시, 11시.
식사도, 내 생활도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몸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불면증, 생리불순, 탈모, 위염까지 왔다.
코로나 한 번 안 걸렸던 내가,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버티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그래서 결국 병원을 찾았다.
잠이라도 제대로 자고 싶어서.
의사는 말했다.
“지금 본인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으면, 회복 불능에 이를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