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는 당신은 몇 년차세요?
이번이 벌써 네 번째 직장이다.
그런데도 이직을 거듭할수록, 인간에 대한 실망은 깊어지기만 한다.
수많은 유형의 돌아이들을 겪고 나면 ‘그러려니’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사소한 일에 일희일비해봤자 나만 손해라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상식을 벗어난 인간 군상은 계속해서 나타난다.
피할 틈도 없이, 일단은 맞아야 한다.
오늘은 회사가 내부 전자결재 체계를 정비해가는 과정에서 내가 올린 한 건의 기안문서가 세 번이나 반려됐다.
팀장에게 기존 승인 문서를 전달받아 그대로 참고해 올렸는데도 그랬다.
처음 두 번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해 수정해서 다시 올렸다.
그런데 세 번째 반려는 좀 달랐다.
최종 상위 결재자가 내게 직접 메신저를 보내왔다.
“기안에 부족한 내용이 있으니 반려하겠다.”는 말과 함께.
나는 해당 항목이 규정에 없어서 몰랐다고 설명했고, 그 내용을 비고란에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기본 원칙인데 왜 그걸 모르죠?”
“그럼 모든 비고에 근거 첨부하라고 규정 개정할까요?”
“민연님, 직장경력이 얼마나 되죠?”
“따지려면 경영지원팀에 따지세요.”
잠시 뒤, 대화 내용을 캡처하려던 나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직장경력이 얼마나 되죠?”는 삭제되어 있었고,
“경영지원팀에 따지세요”는 “경영지원팀에 요청하세요”로 수정되어 있었다.
누군가에겐 별 일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내겐 그런 말투와 뉘앙스가 오랜 잔상으로 남는다.
나는 그냥 더 나은 기준을 공유하자는 의도로 요청했을 뿐인데, 돌아온 건 냉소와 비아냥이었다.
그날 이후로 마음은 더 닫혔다.
하려던 말도 삼키게 됐다.
일 자체는 좋아하지만, 이런 경험이 반복될수록 혼자 상처만 깊어졌다.
그 때 깨달았다.
직장생활을 오래 버틴다는 건,
결국 ‘다른 하나의 자아’를 만들어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민한 나는 그렇게 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그래서 이런 의문을 품게 된다.
나 같은 사람은, 애초에 직장이라는 환경에 맞지 않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