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보낸 컨택 메일로 시작한 석사 생활

멘붕상태로 시작해도 버티면 길은 열린다

by 감정 쓰는 직장인

멘붕의 시작

석사 분야를 정할 때, 하고 싶은 게 있었다.

식품 미생물을 연구하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지원하기 전에 교수님께 컨택 메일을 보내는 게 필수라길래

해당 분야 교수님께 정성껏 메일을 보냈다.
“나는 이러한 경험을 쌓아왔고, 입학 관련하여 면담 가능하실지” 묻는 메일이었다.

답이 없어서 떨어졌나 보다 했는데, 의외로 서류는 합격했다.
그런데 면접 장소 공지를 보는 순간 멘붕에 빠졌다.

내가 지원한 학과 명칭이 이과 계열, 문과 계열에 똑같이 기재되어 있었다.


일단 가보자는 마음

학교에 전화해 확인했더니, 학과 이름은 같지만 연구 분야나 교수진이 다르다고 했다.

타교와 같은 학과 분류겠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원래 가고 싶었던 곳은 이과 계열 식품 전공이었는데, 지원은 문과 계열로 해버린 것.

뒤늦게 알아차렸을 땐 이미 면접 3일 전이었다.
“아… 지금이라도 취소해야 하나? 아님 그냥 일단 가?”
두 개의 자아가 싸웠다. 결국 ‘일단 가서 입이라도 털어보자’가 승리했다.


면접장에서의 즉흥 생존기

면접 당일, 교수는 날 보자마자 물었다.

“학업계획서에 미생물 쪽 관심 있다고 써놨어요. 근데, 우리 방은 그거 안 하는데요?”

나는 속으로 대답했다.
“네, 제가 지원서를 잘못 넣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최대한 진지하게 답했다.
“저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교수님께서 연구 주제를 설명해 주셨는데, 제가 가장 재밌게 잘할 수 있는 분야가 그거 같습니다.”

교수의 표정이 처음엔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였는데,

나중엔 흐뭇한 미소로 바뀌었다. 열심히 살아온 친구 같다고 다른 교수들에게 칭찬까지 해주었다.


예상치 못한 합격

그리고 놀랍게도, 합격 통보가 왔다.

그렇게 얼떨결에 예상치 못한 연구실에서 2년을 보내게 되었다.

시작부터 꼬였던 석사 생활이었고 난관도 많았지만, 나는 결국 버텼다.


그 후 몇 년 뒤,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내가 처음 컨택했던 연구실은 나중에 큰 사고가 터졌다고 했다.

그 얘길 듣고 나니, 잘못 간 게 오히려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내가 얻은 작은 교훈

삶은 언제든 예기치 못한 변수가 찾아온다.

그 매듭을 풀어내느냐, 아니면 더 엉키게 만드느냐는 내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


물론 순간의 실수가 커리어를 바꿀 수도 있기에,
중요한 결정을 할 땐 몇 번이고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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