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된 친목과 술자리에 내 루틴은 무너졌다
스타트업 이직 4개월 차, 결국 올 것이 왔다.
전 직장 재직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던 1박 2일 워크숍.
나는 기본적으로 정해진 시간 외의 활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개인 시간이 줄고 루틴이 무너지는 게 무엇보다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업무의 연장이라 여기며 담담히 출발했다.
예상대로 단체 일정은 편치 않았다.
평소 식사 패턴은 무너지고, 과식과 단체 버스 이동으로 하루가 채워졌다.
조별 과제 시간에는 원치 않게 조장이 되었다.
싫었지만 또 '누군가는 해야 하니 내가 하자'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가장 힘들었던 건 저녁 레크리에이션이었다.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만 한다더니, 10시를 넘겨도 끝날 기미가 없었다.
승부욕 강한 동료들과 게임에 휩쓸리며 순간적으로는 즐겼지만,
시계를 보자 다시 피로가 몰려왔다.
결국 10시 40분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밤은 길었다.
별도 건물로 분리된, 꽤나 거리가 떨어진 거실에서 이어지는 노래와 고함,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같이 놀자”는 소리에 또 한 번 잠이 깼다.
나는 자는 척을 했지만, 새벽까지 이어진 소음에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몇 년 만에 겪은 최악의 수면이었다.
다음날 아침, 술에 취해 화장실에서 잠든 사람,
미혼·기혼 가릴 것 없이 한 곳에 뒤엉켜 자던 풍경,
점심까지 토하며 숙취를 견디는 사람들을 보았다.
내 눈엔 그저 자기 파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누구를 위한 워크숍일까’라는 의문이 남았다.
이번 워크숍에서 내가 얻은 건 분명했다.
단체 활동에 참여하되, 내 생활과 선은 지켜야 한다는 분별력.
체력 회복에 이틀이 걸린 경험은, 이런 문화가 내게 맞지 않음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워크숍 같은 자리는 내향형에게 늘 소모적이다.
끝까지 다 맞추려 하기보다, 참여와 휴식 사이에서 내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
그게 오히려 회사를 오래 다니는 힘이 되고, 나 자신을 지키는 최소한의 방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