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량 두 배 됐는데, 만족감은 올라간 이유

팀장이 사라진 뒤, 회사생활이 오히려 더 편해졌다

by 감정 쓰는 직장인

올해 1월 말쯤이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같이 일하던 팀장이 기약 없는 휴직에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건강 문제였다.

순간 쓸데없는 생각이 스쳤다.
'나는 한 상사와 오래 같이 일하기 힘든 운명인가?'


팀원들은 예상보다 더 크게 동요했다.
특히 한 명은 울먹이면서 꼭 돌아온다고 약속해 달라고 애원할 정도였다.
처음엔 나도 꽤 놀랐지만, 오히려 그렇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이들을 보고 금세 차분해졌다.
그냥 나는 내 할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팀장이 과하게 실무를 직접 하는 현 체제에서는 내 성장이 매우 더디다고 느꼈기에 더 담담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캐나다 여행을 다녀온 뒤, 진짜 팀장 없는 회사생활이 시작됐다.

사실 누구보다 불안해하는 사람은 대표였다.
팀장에게 많은 일을 맡기고 의지해왔으니.
그래서인지 대표는 남아 있는 팀원들에게 매일 직접 업무 보고를 받겠다고 했다.

처음엔 그 직속 보고가 너무 불편하고 긴장됐다.
감정기복이 심하고 예민한 사람이라, 언제 꼬투리를 잡고 화를 낼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 보니 의외였다.
생각보다 우리를 유하게 대했다.
팀장이 있을 때는 주기적으로 대놓고 갈구던 사람이었는데, 그게 사라져서 신기할 정도였다.


또 매일 대표에게 직접 보고를 하다 보니, 반가운 변화도 생겼다.
처음엔 부담스럽기만 했던 그 시간이 점점 덜 긴장되기 시작한 것이다.
자주 부딪히는 일은 결국 사람을 익숙하게 만든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예상하지 못한 여러 장점들이 생겼다.

첫째, 대표와 직접 소통하니 커뮤니케이션 효율이 훨씬 좋아졌다.
중간에서 한 번 꼬이거나, 팀장 피드백을 반영해 만든 자료로 대표에게 퇴짜 맞는 일이 없어졌다.

둘째, '이걸 왜 실무자인 내가 안 하고 팀장이 직접 하지?' 싶었던 일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일의 흐름이 더 명확해졌고, 내가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는 영역도 늘어났다.

셋째, 그만큼 업무 주도성도 커졌다.
누가 시키는 일을 받아 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먼저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많아졌다.

넷째, 대표는 “너희를 가르쳐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우리를 직접 보며 키워보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이렇게 말하고 실제로 행동하는 상사 밑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매우 큰 복이라고 생각했다.

다섯째, 상사가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지 않으니, 일할 때 훨씬 편했다.


물론 단점도 있었다.
내 일이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는 것, 종 야근이 필요하다는 것.
분명 피곤하고 버거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팀장 부재로 인한 장점들은 그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팀장 없는 회사생활에 오히려 더 만족하며 다니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공유와 보고를 구분하지 못하는 회의가 남기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