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grant lulu Jan 15. 2024

등 따시고 배부르면 행복

feat. 디저트 카페

라테 한 잔 마시려다가 까눌레도 시켰다. 라테는 진짜 부드럽다! 바리스타의 스팀 소리는 세찬데 우유 거품은 밀키하다. 밀크 표면도 실키하다. 5단 튤립이 여성스럽게 앉았다. 솔로 바리스타이자 카페 주인인 남성분의 목소리처럼. 시라주 백작처럼 생기신 분은 불어 발음의 비음처럼 "어서 오세용~ 감사합니당~" 인사를 하신다. 첫인상은 어색했으나 두어 번 들으니 나도 맞짱구치며 인사를 하고 싶어진다. "네엥~" 하고 말이다.


원샷했다! 폼이 부드러워서 그냥 미끌어진다. 입자가 굉장히 고운 것이 느껴진다. 1분도 안 되어 털어 넣은 라테에 까눌레는 몇 입 안 베어 물었는데. 이건 또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겉바속촉의 정석이지 싶다. 나이프로 잘라지지 않는 겉껍질의 바삭함 속에는 어릴 때 먹던 계란빵의 질감이 소프트하게 씹힌다. 제과점에서 사던 것이 아닌, 집에서 밥솥에 쪄서 만든 수분기 많던 그 빵. 달걀흰자를 머랭 쳐서 만들었을 것 같은 부드러운 촉촉함이 입 안을 적신다.


커피가 모자라. 아메리카노를 또 시킨다. 음- 조금 강하네. 진한 원두의 풍미가 약간 가시고 난 뒤, 살짝 미지근한 커피는 아주 적당히 좋다. 처음에 너무 뜨거워서 온몸이 후끈 달아올랐는데. 이제 신맛도 살짝 올라오면서 기분 좋은 견과류도 같이 맴돈다. 좀 전의 열기가 여전히 뜨뜻하네, 아이 좋아!


까눌레를 너무 금방 먹어 버렸어. 그래서 프로마쥬 케이크를 또 시켰어. 꾸덕하면서도 소프트한 질감, 낯설지 않다. 뭐더라? 인절미의 쫀득함 같으면서도 과히 달지 않으면서도 입안에 남는 치즈의 스윗함. 거기에 커피 한 모금 넣어주니 물길이 촥! 열리는 것 같아. 홍해의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기적의 경이로움이야.


잘 먹고 거의 마지막 두 입 정도 먹으려는데, 에그머니나! 케이크에 모기 한 마리가 찰떡같이 붙어 있네. 녀석, 미동도 안 한다. 살짝 파르르 떨면서 치즈 케이크를 빨아먹는다. 너도 맛있니? 가만히 지켜본다. 조용히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는다.


“됐거든. 난 충분히 행복했어. 이제 네가 행복하렴."


아까 내 주문 번호는 7과 9였어. 왠지 기분 좋아지는 럭키 세븐, 그리고 이유 없이 기분 좋은 텐 마이너스 원. 하나 부족해도 좋은 나인.


등 따시고 배부르면 이렇게 행복이 여유로워진다. 카페의 창문 너머 정오의 햇살은 따사롭다.


 


Where is the mosquito?





작가의 이전글 행복의 값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