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전하는 출간 소식
<낭만이 여행자의 일이라면>, 에필로그
퇴근길에 마음이 허전할 때면 그는 늘 서점에 들렀다. 광화문의 대형 서점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서점이니 책은 당연했고 각종 전자기기부터 너무 강렬해서 오히려 현기증을 유발하는 향의 향초들까지. 그는 그곳에서 액운을 돈으로 없애기라도 하려는 듯, 돈을 썼다. 그가 물건을 사는 데에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다. 그것이 그가 생각한 대학생과 직장인의 차이였다. 몇 만 원쯤은 소비하고 싶을 때 맘대로 소비하는 것.
그렇게 여느 때처럼 책을 훑어보던 날, 그는 매대에 깔린 수많은 책들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아, 나도 글을 써야겠다. 글을 써서 여기에 내 책을 내야겠다. 이 수많은 활자의 홍수 속에 내 문장을 남겨야겠다.
그리고 정확히 2년 뒤, 그는 광화문의 대형 서점에서 자신의 책을 마주했다. 그가 울고 웃던 모든 시간들이 녹아 있는 장소였다. 지나가는 이들은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있었지만, 가만히 놓인 자신의 책 앞에서 그는 2년 전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낯설어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제 책을 처음 마주한 날 썼던 일기(?)입니다. 책이 나오는 시기에 맞춰 진행했던 위클리 매거진도 마침 저번 주 토요일 10회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됐고, 이제는 브런치에 알려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토요일마다 발행했던 위클리 매거진의 에필로그랄까요. 사실 여전히 겨우 책 한 권 낸 게 뭐 대수라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니는 것 같아 조금 민망할 때도 있습니다. 제 이름을 건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건 여전히 실감이 잘 나지 않지만, 저렇게 물성으로 놓인 책을 보니 그나마 조금은 현실감이 느껴졌습니다. 쟁쟁한 책들 가운데 놓인 제 책이 약간은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책 앞에 적힌 작가의 말에서도 얘기했지만 사실 브런치를, 여행기를 적어 내려갈 때만 하더라도 제가 이렇게 책을 내게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여행이나 영화, 책 읽기나 글쓰기는 소개팅이나 자기소개서에서 취미를 물을 때마다 적당히 둘러대기 좋은 취미 정도였으니까요.
작은 것에서 시작했지만 운이 좋았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기회로 만들어진 책을 여러분 앞에 내보인 지 이제 2주일이 조금 넘어갑니다. 제 책을 구매하신, 그리고 앞으로 구매하실 여러분들의 괜한 시간을 뺏는 의미 없는 종이의 묶음이 되지 않기만을 바라봅니다.
감사한 분들이 참 많습니다. 인스타그램에 #낭만이여행자의일이라면 이라는 해시태그를 걸고 인증을 올려주시는 분들의 사진을 보며 행복감을 느낍니다. 처음 보는 분들의 리뷰와 브런치로나마 알게 된 청민 작가님, 친한 친구들의 인증샷까지. 모두 마냥 신기하기만 합니다. 시리즈로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는 후기도 있었는데, ㄴ...노력해보겠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여행 에세이보다는 영화 에세이에 더 가까운 책입니다. 여행 에세이를 읽으려 산 분들이라면 영화 에세이라서 당황 하시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종종해봅니다.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제 책을 보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여러분이 즐겁게 읽어 내려가시는 모습을 상상하며, 당분간은 조금만 더 설레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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