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클래식 보온병에 대한 이야기
최근, 온라인에서 핫했던 영상이 하나 있었다. 스탠리 보온 텀블러의 내구성과 보온력에 대한 영상이었다. 외국의 한 틱톡 유저가 전소된 차량 내에 보관되어 있던 스탠리 보온병 안에 아직도 얼음이 녹지 않고 있었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린 것이었다. 이미 스탠리 텀블러의 내구성이나 보온력이야 브랜드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입증되어 있던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영상이 핫해진 건 이미 스탠리 보온병의 성능을 알고 있던 사람들조차도 '전소된 차량 안에서도 살아남는다고?'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https://www.tiktok.com/@danimarielettering/video/7301724587488759070
스탠리는 브랜드 로고에도 적혀있듯 1913년에 윌리엄 스탠리 주니어가 설립한 회사다. 우주 진공 상태에서는 열전달이 거의 안된다는 사실에 착안해 진공으로 된 이중벽 구조의 보온병을 출시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뛰어난 기능성을 지녔던 스탠리 보온병은 출시 이후 미국의 산업화뿐 아니라 세계대전 당시 미군에 보급되며 물과 음식의 온도를 온전히 보관할 수 있었던 스탠리 제품은 미국인들의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게 된다.
특히 미국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커다란 픽업트럭에서 내린 주인공이 뒤에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던 스탠리 보온병을 들고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 커피를 가득 채우는 모습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한 번쯤은 봤을 모습일 테다. 영화 <라스트 미션>에서의 모습이 내라 생각하는 스탠리 보온병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들로, 2018년 즈음 내가 캠핑에 빠져 캠핑장비를 하나 둘 사모으기 시작할 때 나는 자연스럽게 스탠리 보온병을 리스트에 추가해 넣었다. 내게 스탠리는 아웃도어를 상징하는 동시에 미국의 거친 상남자들의 세계를 뜻했다. 거기에 군더더기 없는 제품의 디자인과, 아무렇게나 던져도(?) 망가지지 않을 것 같은 내구성을 가진 듯한 외관은 내가 생각한 캠핑이라는 활동에 가장 부합하는 성질의 제품이었다.
사실 2018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아직까지 스탠리라는 회사의 제품이 지금처럼 대중화되기 시작하기 훨씬 전이었다. 내 기억으론 코로나를 전후로 캠핑 붐이 불기 시작한 2020년을 기점으로 스탠리 아이스쿨러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탠리 제품에 열을 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전까진 사실 스탠리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 순 있었어도, 오픈런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 있는 제품은 아니었다. 그런 내가 스탠리라는 제품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제주도에 살 당시 서핑을 하던 친한 지인이 갖고 있던 스탠리 제품들 때문이었다. 위스키를 담아 마시는 플라스크나, 투박하지만 튼튼해 보이는 외관의 보온병은 보는 것만으로도 내 안의 무언가 야생에 대한 갈망을 저절로 불러일으키는 듯했다. 그렇게 나는 캠핑 때마다 늘 스탠리의 제품과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저 커다랗고 투박한 보온병에 담은 뜨거운 물을 부어 캠핑장에서 만들어 마시는 핫초코가 얼마나 맛있는지는, 마셔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경험이다.
사람마다 물건을 소비할 때 따져보는 것들이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대체로 어떤 제품의 근본적인 면을 살펴보는 편이다. 그 근본이란 역사가 될 수도 있고, 제품의 기능적인 측면이 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보온병과 같은 제품이라면 보온력이 1순위가 될 것이고, 그 제품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고 어떤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사용해왔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스탠리는 어느 모로 보나 내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브랜드였다. 이렇게 어떤 제품을 구매하고자 할 때, 깔끔하게 모든 면에서 딱 떨어지는 브랜드를 찾기란 쉽지 않은데, 그런 면에서 스탠리는 내게 지금까지도 제품적인 측면뿐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브랜드였다.
1913년부터 시작된 역사 있는 브랜드, 조금 촌스러우면서도 투박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캠핑이라는 거친 야외활동에 더없이 어울리는 외관. 때문에 실제로도 나는 몇 년째 나는 스탠리 보온병과 머그컵을 여름 겨울 가리지 않고 애용하고 있다. 여름에는 담아둔 얼음이 녹지 않아서, 겨울에는 따뜻한 물이 식지 않아서 1년 내내 사용하기 좋은 제품이다.
만약 누군가 사무실에서 사용할 보온컵이나, 보온병을 물어본다고 하더라도 나는 주저 없이 스탠리를 추천하곤 한다. 얼음을 담아놓은 컵 표면에 물기가 생기지 않는다거나, 따뜻한 커피의 온기가 오래도록 보존되어 당신의 사무실 라이프가 쾌적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답답한 사무실 속에서 거친 아웃도어 활동을 떠올리며 작게나마 일탈하는 기분도 느낄 수 있을 테니.
이번 스탠리의 바이럴 해프닝(?)을 보며 준비된 제품과 브랜드가 기회를 만났을 때 얼마나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스탠리야 물론 더 이상 많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브랜드지만, 이미 기존 팬들에게는 다시 한번 스탠리라는 제품의 장점을 깨닫게 해 주고 제품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보온병이나 텀블러가 필요할 때 한 번 정도는 고민해 볼 수 있게 만든 이번 해프닝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