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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욱 Sep 04. 2015

시간의 밀도

혼자 하는 여행자의 시간

혼자하는 여행에서의 시간은 항상 느리게 흐른다.

시간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외로운 순간의 마디마다 들러붙어 느릿느릿 흘러간다.

하지만 문득 여행의 중간지점에 뒤를 돌아보면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가있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그래서 여행지에서의 순간은 기억에 오래남지만 그 시간들은 늘 아쉬움으로 남는 것일지도 모른다.


피렌체 두오모 성당을 오르기로 했던 그 날의 아침이 그랬다.

시간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리게 흘렀지만

어느덧 한 달간의 유럽 여행은 막바지를 향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오른 두오모의 꼭대기에서,

나는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ost를 들으며 오지 않을 나만의 아오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혼자서 두 시간 동안 가만히 흘러가는 시간을 들여다보았다.

냉정과 열정사이, Firenze

그 날의 아침이, 그 날의 공기와 바람과

두오모 성당의 꼭대기에서 가만히 들여다보던 외로움의 시간들과

그 시간의 밀도가 반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오래도록 내 기억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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