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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욱 Dec 03. 2015

축하해요. 눈 내리는 날이네요.

함박눈 내리던 날

오늘 서울엔 함박눈이 쏟아졌습니다. 이렇게 함박눈이 쏟아지는 풍경을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참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을 내려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반겨주던 하얀 눈송이들. 유난히 찌뿌듯했던 출근길이 내리는 눈 덕분에 조금은 즐거웠습니다.

사무실에 도착해 오전 업무를 빨리 끝내고 카메라를 챙겼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눈 내리는 풍경을 찍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제 머리와 어깨 등엔 금세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였습니다. 그런 경험도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추위에 떨며 사진을 찍다가 문득 뷰파인더에서 눈을 뗐을 때,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너무 현실 같지 않아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함박눈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요. 세상에 존재하는 색을 지우고 모조리 하얗게 만들어버린 눈 앞에서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눈 앞이 온통 흰색으로 뒤덮여버린 세상.

눈 내리는 풍경을 볼 때마다 눈이란 물체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합니다. 어떻게 저렇게 예쁜 얼음조각들이 하늘에서 내려올 수가 있을까 싶어서 말이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괜스레 사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설레고, 두근거리게 만들죠. 눈 내리는 날은 어쩐지 누구에게라도 연락하고 싶어집니다. 연락해서 내 지금 이 들뜬 기분을 조잘조잘 얘기하고 싶은 날이에요.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매력이 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여러모로 눈 내리는 날은 참 좋습니다. 물론 도로에 쌓인 눈이 녹으면서 질퍽거리는 모습은 좀 별로긴 하지만, 그래도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아름다우니까요. 군인이었던 시절 조차도 저는 눈을 좋아했습니다. 뭐, 눈이 많이 오지 않는 지역에서 군생활을 한 탓도 있겠죠.

한참을 신나게 사진을 찍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온 몸에 눈이 잔뜩 쌓여있었습니다. 쌓인 눈을 털어내고 있으니 찝찝했던 제 마음의 군더더기들도 같이 털어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추운 밖에서 눈을 잔뜩 맞고서 따뜻한 실내에 들어와 눈을 털었을 때, 바닥에 하얀 눈이 바닥에 떨어지면 무언가 제 마음에 있는 것들도 같이 털어져 바닥에서 사르르 녹는 것만 같거든요.

어쩐지 조잘거리고 싶은 기분이 들어, 이렇게 글로 남겨둡니다. 눈 오는 날은 조잘거리면서 왠지 누구에게든 "축하해요"라고 건네야만 할 것 같은 날입니다. 축하받고 싶은 날이기도 하구요.

축하해요. 눈 내리는 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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