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를 걷다. 슬로우시티 천천히 느림의 철학과 사유를

[황진웅의 여행이야기] 영화 ’서편제‘ 촬영지 그리고 마음의 치유의 섬!

영화 ‘서편제’ 촬영지로 유명한 느림의 미학으로 마음의 치유를 얻게 하는 섬 전남 완도 청산도를 가기 위해 2월 25일 부산에서 진주와 남해를 경유해 광주로 향했다.

KakaoTalk_20220317_144257424_23.jpg 완도항 에서 출발 을 기다리는 제주도 행 카페리


광주에서 지인을 만나 이런 저런 두서없는 얘기를 나누고 숙소에서 1박을 한 후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서둘러 출발했다.

KakaoTalk_20220317_150005531_09.jpg 완도청산행 카페리 1층 차량선적 2층 3층 승객전용



광주에서 완도항 터미널까지 네비게이션을 찍어보니 두 시간이 소요된다고 나왔다. 그날 아침은 유달리 서해의 봄기운이 스며든 탓인지 육지에 안개가 도로 위는 물론 산 위까지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한치 앞도 분별하기 어려운 상황인 구간에서는 서행운전으로 비상등을 켜고 천천히 운행하였다. 그렇게 나주와 무안을 거쳐서 영암 월출산을 끼고 돌아 완도대교에 도착했다. 그리고 완도대교를 지나 완도로 깊숙이 들어갔다.



완도항에 타고 갔던 차를 정차한 후에 차량매표소에서 차량선적과 매표를 진행했다.



KakaoTalk_20220317_144257424_15.jpg 청산도의 낙조






봄기운 완연한 남도의 끝자락 완도항은 봄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봄이 가까이 다가와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주변엔 애기동백꽃들이 활짝 피어있고 페리선박들은 출발을 앞두고 부지런히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저 멀리 제주도를 향해 1일 2~3회 왕복 운항하는 큰 페리호도 보였다.



정겹고 그리운 완도 ‘해상왕 장보고‘의 땅을 다시 찾은 것도 몇 년 만이다. 아들과 카라반 캠핑하러 몇 년 전에는 자주 완도를 다녔었다. 벌써 많은 시간이 흘러갔다.



필자는 여정의 피로가 몰려와 배를 탑승하자마자 공용 공간 승객 의자전용실과 마루바닥 전용실로 들어가서 드러누웠다. 잠시 쉬고 일어나보니 벌써 슬로우시티 청산도에 도착했다. 시간은 정오를 가리켰다.



이곳에서 문화해설가 김광섭 가이드님을 만나 일행은 터미널 바로 옆 작은 한정식 식당으로 향했다. 아침을 먹지 않은 탓인지 점심을 허겁지겁 맛있게 먹었다. 정갈한 반찬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KakaoTalk_20220317_144257424_01.jpg 청산도 정식






점심을 마치고 일행은 차를 두 대로 나눠 탑승해 바로 영화 ‘서편제’ 촬영지인 서편제 길에 도착해 해설을 들으며 영화 서편제와 그 시절을 탐미했다. 그 시각 앞바다는 탁 트인 채 마치 맑음을 자랑하고 청량한 공기는 폐까지 깊숙이 스며들어 시원함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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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인근에는 ‘봄의 왈츠’ 촬영장 세트장이 있어 일행은 걸어서 천천히 움직였다. 바다 앞에는 하트모양의 조형물과 독살이라는 전통어업방식의 구조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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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청산도만의 독특한 장례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초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5년 정도 그대로 두었다가 시묘살이도 하고 그 후에 다시 꺼내 유골을 정리한 후 땅에 매장한다는 청산도만의 초분 장례문화는 참으로 독특했다.

KakaoTalk_20220317_150005531_07.jpg 독살과 하트 조형물
KakaoTalk_20220317_144257424_18.jpg 초분 설명중이신 김광섭 가이드선생님


일정은 계속됐다. 일행은 청산도 범바위로 향했다. 범바위는 몇 년 전에 와봤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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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20317_144257424_19.jpg 청산도는 쉼이다 슬로우시티 청산도







범바위 앞 권덕리 해상이 호수처럼 고요했다. 권덕리 해상은 예부터 선박사고가 잦아 이른바 '한국판 버뮤다 삼각지'로 불리는 곳이다. 바위에 자석철 성분이 많아 선박 나침반이 힘을 못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소쟁기질 농사와 구들장 논으로 유명한 농업유산을 보기 위해 다시 발걸음 옮겼다. 세군데 정도의 구들장 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항도목섬해수욕장의 조형물과 무대장치 장소 등을 둘러보고 돌담이 아름다운 돌담마을 구석구석을 걸어서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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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 나온 강아지와 거위 그리고 고양이들이 우리일행을 반겨주는 듯했다. 벌써 시간이 흘러 식사시간이 됐다. 저녁식사는 특식으로 신선한 생선회와 얼큰한 우럭매운탕이 함께 올라와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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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일행은 맥주 몇 캔과 주전부리 안주거리 과자 등을 사서 숙박하는 곳인 청산도 한옥펜션에 여정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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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섬은 마지막 배가 떠나고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아 암흑천지로 변했다. 외로울 정도로 깜깜하고 무서움이 밀려 들 정도로 깜깜한 밤이었다. ‘밤에 밖으로 돌아다니지 마세요! 귀신 나옵니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구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잠시 차를 몰고 외출을 나갔다가 숙소를 못 찾아서 동네를 몇 바퀴를 돌고 돌았다. 하도 길이 꼬불꼬불해 무리하지 않으려고 공용공간에 주차를 한 후 걸어서 숙소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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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20317_144257424_14.jpg 한옥펜션의 어두컴컴한 밤 과 우리들의 낭만 이바구






그런 후 일행은 회의와 계획 그리고 정치대선얘기로 각자의 주장과 생각을 나누며 웃고 떠드느라 밤을 지새웠다. 물론 거기엔 소주, 양주, 브랜디 꼬냑, 맥주가 친구로 동반됐다.



청산도 밤하늘의 별은 무수히 쏟아졌다. 은하수가 곧 내려앉을 듯했다. 우리일행들의 스토리텔링은 끝이 없었다. 아름다운 청산도의 밤은 그렇게 저물어갔다.



청산도는 급할 것이 없는 섬이다. 청산도에 가면 핸드폰도 내려놓고 가슴과 폐와 심장으로 자연을 느껴볼 일이다.



하루이틀정도 현대문명을 버리는 것도 좋을 만한 곳이 청산도다. 가령 7107개의 아름다운 섬나라 필리핀의 외딴섬 도스팔마스에 가면 호텔 객실에 아무것도 없다. 책 몇 권과 침대가 전부이다. 그곳에 가면 우리는 원시인이 될 수 있다. 청산도에 가서 인간 본연으로 돌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공기가 너무 깨끗하고 좋아서 그런지 자고 일어나면 아침이 아주 상쾌했다. 그곳엔 한옥펜션 보일러가 이불 밑을 데워 주어 그런지 이불속으로 쏘옥 들어가면 지글지글 바닥이 끓어 피곤한 여정의 피로를 한방에 날려 보낸다.



몇 년 만에 느껴보는 따뜻함과 그리움이었던가. 예전 함양 백전면의 어느 한옥집 불 뗀 아궁이 구들 방바닥에 누워 자다가 화상을 입었던 추억이 불현 듯 떠올랐다. 청산도 한옥펜션도 자글자글 지글지글 한마디로 피로를 풀어 주는 데는 그만이었다.



KakaoTalk_20220317_144257424_05.jpg 김광섭작가님의 순간포착







일행은 아침에 다시 바닷가 항도목섬을 향해 발걸음 옮겼다. 그곳은 야트막한 호수와 같은 만(灣)이 위치해 있어 그곳에 여기저기 캠핑장비 설치할 장소를 생각했다.



호수 같은 바다는 아이들도 카약과 카누를 타고 물놀이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다 물이 빠지면 완전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갯벌 또한 얼마나 소중한가. 이렇게 아름다운 청산도에서 우리의 갯벌 그리고 농업유산인 구들장 논 등 우리문화유산의 위대함에 성스러움을 느꼈다.



귀가해야 할 시간이 되어 마지막 여정으로 해남군에 위치한 해창주조장을 찾아 알코올 9도와 12도짜리 막걸리 6병을 사고,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해남 달마산이 품고 있는 미황사에 들러 잠시 불공을 드렸다.



미황사는 신라 경덕왕8년(서기 749년)에 창건됐다고 한다. 인도에서 바다를 통해 불법이 전해진 유서 깊은 성지이며 그 전법성의 상징이 바로 대웅보전이다. 달마산이 마치 병풍처럼 펼쳐져 암봉을 머리에 이고 영험하고 상스러운 기운을 받는 듯 대웅보전은 늙은 남자의 외형 같은 노련하고 익숙하고 손때가 잔뜩 묻은 사찰이었다.

KakaoTalk_20220317_144257424_11.jpg 미황사 전경


지나온 천년의(1,273년) 세월 동안 가꾸고 지켜온 미황사를 다가올 천년의 세월에 전하기 위한 위대한 불사를 준비하느라 지금 미황사 대웅보전은 외관관람만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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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20317_144257424_09.jpg 도솔암


이곳을 찾은 터에 철철 흘러넘치는 약수물 한 바가지를 들이키며, 이번 여행의 피로를 풀고 부산을 향해 5시간을 달려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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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청산도슬로걷기축제]



(부제) 청산도의 봄 회복의 시작 4월 1일부터 5월 7일까지(4월 9일 공식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