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1주일 일본 살이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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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주일을 맞으면, 어지간하면 동네 성당에서 꼭 미사를 드립니다. 건강히 즐겁게 여행을 마쳤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그 동네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의 찐모습을 볼 수 있거든요. 해외에 갔을 때는 늘 그나라 언어로 된 미사를 드립니다. ‘Catholic’이라는 말이 ‘보편적’이라는 뜻인데요. 그래서 미사도 언어만 다를 뿐 형식과 진행 순서는 거의 같습니다. 성가도 전 세계가 같아서 그냥 자기나라 말로 따라불러도 상관 없고요.
일본은 도쿄의 국가 종교인 ‘신토’가 대중적이라 가톨릭의 교세가 그리 강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여러번의 박해를 거치고 일어선 국가인 만큼 전 인구의 0.5% 신자지만 꽤 탄탄한 기반을 자랑하는데요. 메이지 유신 시절 들어온 선교사들이 선교하면서 교회와 병원, 학교 등을 세운 덕에 이미지도 좋은 편이라고 해요. 신자가 적은 만큼 한국처럼 동네마다 성당이 있는건 아니고요. 가톨릭 행정구역인 대교구 내 ‘지구’별로 성당을 세워 거기에 모여 미사를 드리는 시스템이었어요. 지난번엔 신주쿠 부근 요쓰야의 성 이그나치오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는데 이번에는 도쿄 세키구치에 있는 성 마리아 대성당으로 향했습니다. 신주쿠에서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걸리더라고요.
일단 성당이 으리으리합니다. 정면에서 보면 알수가 없는데 드론샷으로 보면 성당이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다더군요. 보통 한국 성당들은 대성당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는데, 지난번 이그나치오 성당도 그렇고 이번 마리아 대성당도 문이 따로 없이 라운지에서 바로 대성전으로 연결되는 구조였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런 ‘카타콤’(Catacomb) 같은 방식이 초기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예배드리는 곳과 더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파이프오르간도 그렇고 일단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뭐 미사는… 신자라면 다 아시겠지요? 일본어 성가나 미사 기도문도 독특했지만, 이곳은 독서자를 제대에서 복사가 내려가 일일이 모시고 그때마다 향을 치면서 미사가 진행되어 더 경건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코로나 19 시즌이라 그런지 성체를 영할때는 복사가 내려가 모든 신자들 손에 소독제를 뿌려주더라고요. 그덕에 미사가 거의 2시간 가까이 진행된건 좀 힘들긴 했네요.
이 성당이 유명한 것은 ‘피에타’ 때문입니다. 물론 진품 피에타가 있는 건 아니고요. 1970년 일본 문화재단이 피렌체의 리드보벳 교수에게 의뢰해 바티칸의 성 피에트로 대성당에 있는 피에타 상을 재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약간 작은 느낌도 들지만 차가운 대리석의 비장함과 돌아가신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가 누르고 있는 슬픔이 전달되는 것 같은 아름다운 작품이었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숙소로 슬슬 걸어가다 보니 뭔가 시끌시끌합니다. 가서 자세히 보니 무대가 서서 공연을 하고 있는데…. 가만히 보니 여기가 와세다 대학교네요. 마침 와세다 대학 가을 축제중! 들어가려면 티켓이 필요하다길래 얼른 줄을 서봅니다.
하여간 일본 애들 줄 잘서요. 그냥 바리케이트만 대강 쳐놓으면 알아서 거기에 맞게 차차차착 줄을 서는 모습이 대단하기도 하고 좀 무서워 보이기도 하고… 한 30분 줄을 섰나? 봉사자들에게 이야기하니, 아니 이미 예매는 애저녁에 다 끝났고 이건 티켓을 수령하는 줄이라고… 나더러 줄 서서 티켓 사라던 시키 어딨어!
일단 티켓팅 필요 없이 볼 수 있는 공연들을 보는데… 생각보다 되게 풋풋합니다. 아이들이 젊어서가 아니라, 그냥 대놓고 어린 공연을 하더라고요. 일본에 실사 전대물이 지금도 인기가 많다더니… 대학생들이 무대에서 그걸 할 줄이야. 좀 보다가 지루해 타박타박 걸어서 일본은 물론 전세계 오타쿠의 성지 아키하바라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