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 이어폰은 유선 이어폰을 넘을 수 있을까?
요즘 지하철에서 유선 이어폰을 쓰는 사람을 생각보다 자주 본다. 별생각 없이 지나치던 와중에, 어느 날 친구 녀석이 툭 하고 말을 던졌다.
아무리 비싼 블루투스 이어폰이라도
유선 이어폰은 못 이기지…
좀 갸우뚱했다. 아니… 아이폰 이어버드가 비슷한 가격대의 이어폰보다 낫다는 얘기는 종종 들었지만, 그래도 번들 이어폰 아닌가? 이 얘기를 하려면, 디지털 음원이 재생되는 구조부터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듣는 음악은 전부 디지털이다.
아날로그 오디오는 소리의 파형을 연속적으로 기록하지만, 디지털 오디오는 이 파형을 아주 잘게 나눠 숫자로 저장한다. 이때 1초당 몇 번으로 나누느냐를 ‘샘플레이트’(Sample Rate)라 한다.
초기 디지털 규격인 CD로 이야기해보자. CD의 샘플레이트는 44.1kHz. 1초의 소리를 44,100개의 샘플로 쪼개 저장한다는 뜻이다.
아날로그 신호를 이렇게 디지털 데이터로 바꾸는 과정을 ‘인코딩(Encoding)’, 저장된 디지털 데이터를 다시 아날로그로 돌리는 과정을 '디코딩(Decoding)'이라고 한다. 스마트폰 포함, 디지털 플레이어로 듣는 모든 음악은 이 인코딩/디코딩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음질 차이에 관한 쟁점은 이것이다.
44,099번째 샘플과 44,100번째 샘플 사이의 소리는 어떻게 되지?
사실 정답은 ‘샘플레이트’라는 용어 안에 들어있다. 디지털은 샘플 사이의 아날로그 정보를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거든. 적당히 뭉개고 가면 사라들이 느끼지 못한다는거지. 이 부분에서 소리의 손실이 발생한다.
그래서 44.1kHz처럼 인간의 가청 영역을 충분히 커버하는 샘플레이트라 하더라도, 아날로그 원본과 완전히 동일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런 이유로, 원론적으로 LP 같은 아날로그 소스는 디지털보다 정보량이 더 많다. 이 차이를 인간이 체감할 수 있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지만.
여기까지는 유선 이어폰과 블루투스 이어폰 공통으로 겪는 현상.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는 또다른 쟁점이 생긴다.
디코딩된 PCM 신호를 앰프를 통해 그대로 유선 이어폰으로 전송한다. 하지만 블루투스 이어폰은 또다른 과정을 겪어야 한다. 블루투스 전송 대역폭은 PCM 신호를 그대로 전송할 만큼 넉넉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스마트폰에서는 블루투스 대역폭에 맞게 신호를 잘라 패킷화하고, 이것을 다시 인코딩해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전송한다. 이어폰에서는 그 신호를 받아 디코딩해 재생하고, 이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다시 한 번 정보가 손실된다.
이제 결론은 명확하다. 이어폰 자체의 성능이 완전히 동일하다면, 유선 이어폰이 블루투스 이어폰보다 음질 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호주의 오디오 전문 리테일 채널 Addicted to Audio나 캐나다 기반 오디오 매체 SoundGuys 등의 분석에 따르면, 블루투스 코덱에 따라 체감 손실은 대략 이 정도.
• LDAC: 약 3% 수준
• AAC: 약 5~10%
• SBC: 최대 20~30%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코딩과 디코딩이 반복되는 한 100% 동일한 재현은 불가능하다. LDAC 기준으로는 “거의 유선급”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이 역시 엄밀히 말하면 여전히 손실은 존재한다.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같은 조건이라면 유선 이어폰의 승리다. 그런데, 유선 이어폰이 무조건 블루투스 이어폰보다 유리한걸까? 어떤 이어폰이 더 좋은 소리를 들려줄까? 여러 자질구레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다음글: '좋은 소리에 투자하는 진짜 이유'
*메인 이미지 출처: 'Tom's Gu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