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셋업을 찾아보는 건 어때?
요즘 2030, 왜 유선 이어폰을 쓸까?에 이어, 다시 이어폰 이야기를 해보자.
가만 생각해 보니, 앞서 이야기했던 ‘유선 이어폰 최고!’ 친구는 이전에 애플에서 아이폰을 살 때 번들로 증정하던 USB-C 이어버드를 쓰고 있었다. 이건 3.5mm 이어폰과 큰 차이가 없으려나? USB-C 이어폰으로 아날로그 음성 신호를 바로 보내지는 않을 텐데? 여기저기 찾아보니 USB-C 이어폰에는 자체적인 DAC가 내장돼 있다고 한다.
USB-C 이어폰을 스마트폰에 꽂으면, 스마트폰은 음악이나 소리를 폰 내의 DAC를 거치지 않고 디지털 신호 그대로 이어폰 DAC로 보내고, 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해 음악을 듣게 된다. 그런데 스마트폰 DAC보다 이어폰의 DAC 질이 좀 떨어지지는 않을까?
클리앙 등 여기저기를 뒤져 보니, 일단 USB-C에 내장된 DAC는 아이폰 시리즈의 그것과 성능이 비슷하다고 한다. 그런데 유선 이어폰을 쓰면서 주머니에 좀 여유가 있어 소리에 욕심을 내고 싶다면, 또 3.5mm의 좋은 이어폰을 이미 가지고 있다면 좋은 외장 DAC에 투자할 필요가 있더라.
일단, 요즘 스마트폰들은 전부 이어폰 포트를 없애버렸으니 3.5mm 이어폰을 쓰려면 DAC는 필수다. 아, 흔히들 쓰는 이어폰 젠더 역시 DAC 내장형. 나도 선물 받은 DAC ‘SONY PHA-2’를 종종 썼는데, 괜찮은 이어폰이나 헤드폰과 함께 쓰면 정말 다르더라. 물론 음원 자체가 저질이거나, 이어폰이 왕창 싸구려라면 아무리 DAC가 좋아도 소용없다. 하지만 요즘 스트리밍 서비스는 다 고음질 서비스를 지원하니 스트리밍 서비스로도 충분히 유선 이어폰의 장점을 즐길 수 있겠더라고.
물론 내가 썼던 SONY PHA-2처럼 스마트폰 크기에 두께가 두 배나 되는 녀석들도 있지만, 조그마한 DAC도 꽤 있다. FOSI Audio DS2나 FiiO KA17 같은 건 20만 원 이내 가격대에 크기도 그리 크지 않아 휴대할 만하다. 이어폰은 Sennheiser IE 100 PRO WIRED나 Shure SE215 같은 15만 원 이내 인이어 이어폰 정도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사실 그냥 이어버드를 쓰는 것에 비하면 비용 차이가 많이 나기는 한다. 요즘 애플 이어버드가 3만 원 이내인데, FOSI Audio DS2 정식 수입품에 Shure SE215 조합이면 30만 원 가까이 하니까…. 좋은 이어폰과 DAC을 쓰면 처음에는 그냥 좀 ‘깔끔하고 빵빵한 소리?’ 정도 느낌이라 ‘좀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좋은 이어폰은 음질이 획기적으로 좋아진다기보다는, (아티스트가 의도한) 안 들렸던 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더라고.
‘Steely Dan’의 앨범 를 알게 된 게 아마 2000년대 초반이었을 거야. 음향 아르바이트를 할 때 엔지니어 분에게 ‘나 이거 레퍼런스로 튜닝한다’고 소개받은 앨범이다. 너무 좋아서 정말 CD가 마르고 닳도록 들었었어. 그런데 어쩌다 기회가 생겨 2010년, 70만 원쯤 하는 SONY의 플래그십 인이어 이어폰을 절반 가격에 산 적이 있었다. (사실 절반도 꽤 비싼 거긴 했네….)
그런데 이 녀석으로 노래를 들어보니 드러머 제프 포카로의 스네어 롤과 하이햇 롤이 죄다 들리면서, 아예 새로운 노래를 듣는 느낌이더라? 기타 솔도 바삭하고, 악기들 톤도 다들 선명하다. 너무 신나서 그 이어폰이 내 손에 들어온 이후에는 평소에 좋아하던 앨범들을 죄다 고음질 파일로 인코딩해 다시 들어봤다. 와, 이건 새로운 세계네? 그 이어폰 이후, 나는 이어폰과 헤드폰에 돈을 아끼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
음악에 진심이라면 재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괜찮은 이어폰과 음향 기기를 써볼 만하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못 듣던 새로운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뮤지션과 엔지니어가 의도한 믹스의 느낌을 그대로 받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이런 느낌을 받으려면 어떤 점을 생각해야 할까? 그건 다음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