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대의 기타로 연주한 교실 이데아

맨 땅에 헤딩으로 조금씩 녹음과 믹싱을 배워갔습니다

by Francis

'레코딩, 좋은 밴드 기타리스트가 되기 위한 지름길'처럼, 한 번 해보니까 이거… 꽤 재밌더라? 그러다 보니 슬슬, 레코딩을 시작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눈이 가게 됐다. 요즘이야 OS 상관없이 좋은 장비들이 넘쳐나지만 (지금 회상 중인 2005년 기준), 당시엔 레코딩 툴은 Mac 쪽이 훨씬 선택지가 많았거든. 그렇게 한참을 뒤지다 보니 내 예산에 맞는 녀석은, 결국 이거였어.

Line6 TonePort II


중고로 한 20만 원 정도였나? 별다른 드라이버를 설치할 필요도 없고, 그냥 꽂기만 하면 Apple iBook G4를 사면 주는 무료 DAW ‘GarageBand’에도 찰떡같이 붙더라. 더 좋았던건 TonePort를 사면 무료로 주는 ‘GearBox’였다.

나의 첫 오디오 인터페이스, Line6 TonePort II. 제품 뒤의 스크린샷이 GearBox다

이 녀석, TonePort를 그냥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거의 ‘멀티 이펙터’로 바꿔버리더라고. 앰프 시뮬레이터부터 시작해서 오버드라이브, 디스토션, 모듈레이션, 공간계, 필터까지… 기타 칠 때 한 번쯤은 써보고 싶은 것들이 다 들어 있었다. Behringer V-Amp는 바로 중고시장 행.


특히 좋았던 건, 메사부기 계열 앰프 시뮬레이터로 만든 드라이브 톤에 TS-808 느낌의 오버드라이브를 살짝 얹어서 정리해 주고, 게인을 살짝 더 준 사운드. 헤비하니 좋더라? 당시 기타 여행중이었는데, 그때 주력이었던 Gibson Les Paul Classic이랑 Ibanez JEM77랑도 잘 붙더라. TonePort에 물려서 이것저것 만지다 보니 ‘아, 이거 녹음 한 번 해보고 싶다?’ 생각이 슬슬 올라오더라고.


일단 노래를 골라보자. 레코딩 초보인 만큼 익숙하고, 비교적 접근하기도 쉬운 곡이 낫겠지… 고민고민하다 결국 고른 게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 그런데, 그대로 하긴 또 싫더라? 지금처럼 AI로 드럼이나 베이스를 뽑을 수도 없던 시절이라, 나름대로 상상을 통해 편곡한 다음 MIDI로 드럼과 베이스 라인을 만들어놓고 계속 기타를 다시 녹음해가며 틀을 잡았다. 불협화음 느낌으로 음산하게 깔리는 분위기가… 나름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소리에 맥이 좀 빠졌다. MIDI 티도 너무 나고 말이야.


일단 MIDI 드럼부터 손을 댔다. 스네어랑 킥에 컴프레서랑 EQ도 다시 만져보고, 스네어는 기타 앰프 시뮬레이터로 한 번 더 태워서 믹스하니 조금 낫더라. (지금 생각하면, 그 텅~텅~하는 리버브부터 줄였어야 했는데… 그땐 몰랐지 ㅎㅎ)

MIDI 베이스도 어떻게 할까 생각했다. 일단 GarageBand MIDI 베이스를 베이스 앰프 시뮬레이터에 한 번 통과시키고 드라이브를 살짝 걸어주니 조금 더 자연스러워졌다. 그리고 원 MIDI 신호를 Aux로 보내 기타 앰프 시뮬레이터를 따로 걸어 믹스하니 좀 ‘살아있는 느낌’이 나더라. 그런데… 여전히 뭔가 부족했다. 기타가, 매가리가 없다고 해야 하나? 중심이 안 잡히는 느낌? 결국은 검색이지 뭐. 이것저것 뒤지다 보니 익숙한 단어로 귀결됐다.


오버더빙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나? 일단 별 고민 없이, 기존 트랙을 그대로 카피해 데이터만 지운 다음 같은 리프를 한 번 더 녹음했다. 확실히 소리가 더 단단해지기는 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앞으로 튀어나오는건 그렇다치고, 중저역이 좀 벙벙해 지더라? 소리가 확 올라가 볼륨을 줄이니, 또 존재감이 옅어지고… 이거 어떻게 하지? 어차피 시행착오니, 방법을 한 번 바꿔봅시다.

Gibson Les Paul Classic. 소리는 너무 좋았지만... 기타가 너무도 손에 맞지 않아 방출
동아리 선배에게 몇 년 동안 빌려서 아주 잘 썼던 Ibanez JEM77 USA


먼저, 기타를 여러 대 사용하는 걸로… Gibson Les Paul로 두 번, JEM77로 두 번. 총 4트랙을 녹음했다. 그리고, 중첩되어 부스팅 되는 저역을 잡기 위해 700~800Hz 아래 음을 트랙마다 EQ로 2dB 정도 깎아냈다. 그리고 TonePort 앰프 시뮬레이터의 마이킹 위치 세팅을 Edge 쪽으로 옮겨 소리의 Presence를 올려주었다. 그 다음 레벨을 줄이고 믹스하니 꽤 단단하고 힘있는 드라이브 소리가 녹음되었다.

GarageBand의 앰프 세션에서는 오른쪽 처럼, 마이킹 포인트를 설정할 수 있다. 이 글에서 말한건 Tone Port였는데 현재는 스크린 샷을 구할 수가 없어서...

그리고 이런 것도 해보았다. 클럽에서 라이브를 보면 무대에 기타가 좌우로 서있잖아? 믹스에서도 그 느낌을 그대로 내주는 그런거. 그러면 소리가 가운데 한 지점에만 뭉쳐 웅웅거리지 않을 것 같았다. (이걸 뭐라고 부르지? 스테이징이라 해야 하나? 좀 더 정확한 용어가 있다면 댓글로 좀…)

두 개의 Les Paul 트랙은 각각 L 50%, R 50%으로 설정했다. JEM77 트랙들은 각각 L 20%, R 20%으로 설정해 기타로 사운드의 벽을 세운 느낌으로 PAN을 조정했다. 또 완전히 똑같은 리프가 아닌, 중간 중간 불길한 하모니를 좀 넣어 긴장감을 더하기도 했다. 드럼 역시 세트 위치에 맞게 조금씩 스테이징을 하고 믹스를 새로 하니…. 와, 제법 단단한 소리가 나오는구나! 한 번 들어보시라~

'내가 진짜 리메이크한거다!' 하고 녹음하고 들어보니... 라이브 '다른 하늘이 열리며' 버전이랑 많이 비슷한 듯

https://youtu.be/FtGIPz6qj7A?si=Z4agk4s3R3VQhkRz


지금처럼, AI를 이용해 파트별로 분리할 수 있었다면, 보컬 트랙을 떼어내서 내가 치고 찍은 트랙에 깔아본다던가 이것저것 해 볼 일도 많앗겟지. 그래도, 이렇게 트랙을 들으며 과정을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꽤 즐거운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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