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저녁 공기는 캄캄했고 하늘은 검붉었다.
나는 약해진 마음을 달래고 버티려 숙소로 돌아가는 맨해튼 거리에서 스텔라장의 ‘L'Amour, Les Baguettes, Paris’ 노래를 들었다. 그것은 여유가 아니라 절박함의 노래였다. 귓가에 그 목소리라도 들려야 눈물을 흘리지 않고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는 사람도, 나를 바라보는 사람도, 부르는 사람도 없는 이 도시에서 나는 단지 외롭다고 표현하기엔 더 복잡한 마음에 스산함을 안고 걸었다.
그런 날은 주로 회색이었다. 하늘도 공기도 빛도 땅바닥도. 마음은 강에 던져진 돌처럼 가라앉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피카소는 아비뇽의 처녀들을 그리며 그녀들에게서 무엇을 보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