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persona)는 ‘외적 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하는 라틴어를 어원으로 하고 있는 단어이다.
우리가 흔히 칼 융이라고 부르고 있는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26 July 1875 – 6 June 1961)은 이 페르소나와 관련되어 흥미로운 의견을 제시하였다.
융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기에서 그림자와 같은 페르소나는 인간이 지닌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이면서 자아의 어두운 면이다. 또한 자아는 겉으로 드러난 의식의 영역을 통해 외부 세계와 관계를 맺으면서 내면세계와 소통하는 주체이고 페르소나는 일종의 가면으로 집단 사회의 행동규범 또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융의 학설과 이론을 따르고 있는 저명한 심리치료사이자 작가(Jungian therapist and author)인 머레이 스타인(Murray Stein)은 그의 저서 <<융의 영혼의 지도(Jung's Map of the Soul), 1998>>에서 이와 관련된 융의 분석과 해석에 대해 접근 가능한 수준의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저서에서 해당 부분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이면서 이기적인가’하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이것은 자신의 그러한 면을 숨기고, 이타적이면서 자신의 욕구와 쾌락의 본능을 잘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회적 규범을 잘 따르는 것이라 여기는 것에 어느 정도의 원인이 있다.
부정적인 정체성을 가진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사람들은 무엇인가에 대해 사려가 깊고, 깊이 성찰하며, 신중하게 처신하고, 제대로 공감하며, 상냥하게 보이고 싶은 것과 같은, 타인의 눈에 비치는 외적인 모습 뒤로 자신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이 사람은 누구나 일종의 가면으로 자신을 가리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칼 융의 학설에 관련된 연구는 언어적인 측면에서나 사회적인 측면에서의 가면의 연구와는 거리가 있긴 하지만 가면을 심리적인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사회학자인 어빙 고프만(Erving Goffman)은 상대나 사회적 역할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얼굴을 ‘사회적 가면’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그는 저서 <<일상생활에서의 자아 표현(The Presentation of Self in Everyday Life, 1956)>>을 통해 또 다른 사회학자인 로버트 파크의 ‘가면과 사람’이 관계에 대한 설명을 다음과 같이 인용하고 있다.
“아마도 사람(person)이라는 단어가 그 첫 번째 의미로서 가면(mask)이라는 뜻을 지녔음은 결코 단순한 역사적인 우연에서 온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모든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그리고 다소 의식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하나의 인식에서 온 것일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인식들 속에서 서로를 알게 되는 것이며, 우리 자신을 알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역할 속에서 가능한 것이다.”(pp. 448, 2012 프랑스문화예술연구, 제39집)
페르소나의 개념은 또한 영화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감독의 개성과 독창성이 중시되는 ‘작가주의 영화’의 경우 영화감독은 영화 제작과정 전반에 걸쳐 마치 시나리오 작가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작가주의 영화’라는 용어에서 '작가'란 전통적인 역할에서의 시나리오 작가가 아니라 영화의 제작과정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영화감독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작가주의 영화’의 제작에 있어 영화감독은 자신의 영화관을 가장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특정한 배우와 여러 작품에 걸쳐 작업하게 되는데 이때 배우는 그 영화감독이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외적 인격으로서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