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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맞춰 삶의 영화 한 편을 읽는다

때 맞춰 삶의 영화 한 편을 읽는다 

         

1.                          

시놉시스도 주어지지 않고

플롯도 짜여 있지 않으니

종 잡을 길이 없다     


지금까지 무엇을 상영한 것인지

결말이 있기나 한 것인지

어느 것 하나 알 길 없는 영화가

스크린에 걸려 있다     


무수한 삶의 순간들은  

스쳐가는 장면과 장면일 뿐이다     

         

2. 

새 필름 뭉치가 영사기에 걸리려나 보다

물 때를 기다려 갯벌로 나가는       

바닷가 마을의 아낙처럼     

마음이며 걸음이 바빠진다  

   

이윽고 필름이 돌아가고

빛의 입자가 쏟아져 달린다     


제목도 모르고 내용도 모르지만

지금이 바로 그때이고

이 자리가 바로 그 자리임을 

짐작으로 알아차린다    

 

스크린을 메운 이 영화가   

나의 삶에서 마지막 상영작이기를

검은 공간을 가로지르는    

외줄기 불빛 같은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한다  

        

그래, 때 맞춰 이 자리에 앉았으니

이젠 그것을 읽어낼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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