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퀘테레, 지중해의 파란 꿈

친퀘테레, 지중해의 파란 꿈


열두 살 계집아이의 하얀 팔레트가 열리자 말간 낮잠에 빠져 있던 뽀얀 꿈이 눈을 비비며 깨어난다.

큼직한 튜브에 담겨있는 파란 물감을 팔레트 가득 짜 넣는다.

커다란 붓에 파란 물감을 잔뜩 찍어 하얀 캔버스에 쓱쓱 문지른다.


지중해 그 바다에서는 파란 파도가 몰래 일렁이고 있고, 지중해 그 하늘에서는 파란 바람이 가만히 불어오고 있고, 지중해 그 절벽에서는 옹기종기 돌집들이 모여 파란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다.

20150211_113806.jpg


친퀘테레(Cinque Terre)에서는 바닷가 돌틈에 들러붙은 조가비처럼 숨을 쉬고 잠을 자고, 꿈을 꾸고 깨어나며 살아가야 한다.

파란 바닷바람 같은 삶을 살아가야 하고, 해안절벽 모서리에 자라난 레몬나무 같은 삶을 살아가야 한다.

파란 호흡을 들이켜고, 검청의 잠을 자고, 진청의 꿈을 꾸고, 연파랑 사랑을 나누면서 살아가게 되는 곳이 친퀘테레이다.


친퀘테레 패스를 손에 잡은 순간 이미 파란 꿈에 물들었다.

친퀘테레 다섯 땅을 수시로 들렀다가 떠나가는 해안기차에 시간 맞추어 올라타고 때맞추어 내리는 것만이 친퀘테레를 돌아다니는 유일한 방법이다. (물론 마을과 마을을 잇는 해안절벽 능선을 따라 도보로 돌아다닐 수도 있지만 날씨와 계절에 따라서는 통제가 따른다.)

친퀘테레에서는 손에 쥔 친퀘테레 패스가 지중해의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이기에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들여다볼 필요가 없게 된다.

혹시 멈춰 선 것은 아닐까,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친퀘테레의 시간은 해안기차의 운행시간에 맞춰 째깍째깍 흘러가고 있다.

친퀘테레009.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친퀘테레 해안을 지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