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이유로 인한 것이 건, 찾는 이 뜸한 계절의 친퀘테레는 행여 해안절벽 기슭에서 내려다보지 않았더라면 지중해의 여느 바닷가마을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여겼을 수 있다.
첫 발을 내딛기 전에 잔뜩 부풀어 올랐던 기대는, 혹시라도 마을 안으로만 돌아다녔더라면, 그저 그런 일상의 스케치 속으로 자잘하게 산란되었을지도 모른다.
마치 그다지도 뜨겁게 열망했던 것을 막상 손에 쥐었을 때 주섬거리다가 끝내 잊어버리는 것처럼.
지중해의 햇살이 지난 계절의 냉기에 잔뜩 몸을 웅크렸던 친퀘테레에게 쏟아져 내리는 쌀쌀하지만 따스한 날이었다.
저만치 해안 절벽 위에서 조각배 무리 같은 작은 돌집들이 부스스 기지개를 켜며 지난밤의 잠자리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언젠가 만났던 것처럼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익숙한 사이는 아니면서도 생경한 사이도 아닌 것 같은, 조금은 푸석푸석함이 끼어들어 있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이 계절에 친퀘테레를 돌아다니면 침대 옆자리에서 막 깨어난 화장기 없는 중년여인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고.
괜한 상상이 머물다 지나간 자리에 설렘을 잔뜩 품은 짙은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발자국 소리조차 한적한 친퀘테레의 골목길에 바람이 그냥 왔다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지나쳐 간다.
이 계절에 조우하는 이런 류의 바람에게는 ‘을씨년스러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게 된다.
누군가 이 마을에게 을씨년스러워지라는 주술을 걸었나 보다.
하지만 그 주술이 신비로움을 더해 넣고 있으니 ‘어느 흑마법사의 몹쓸 주술’이라고 깎아내릴 이유는 없겠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날의 친퀘테레에게 잘 가꾼 모습으로 이방인을 반기라고 해서는 안 되겠다.
여기저기 곳곳에서 마주하는 할퀴고 긁힌 흔적들은 어느 바람둥이 이방인이 남기고 간 생채기일 뿐이기에 안타까운 마음 정도만 가지면 되겠다.
밉고 못난 흔적 따위는 시간의 새살이 덮어줄 것이기에 더 이상 아파하지 말라고, 계절에 더불어 지나가던 그림자가 힐긋 말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