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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uHong Jul 13. 2017

사업의 비전과 가치란?

Original Unverpakt, 'Zero Waste' 슈퍼마켓


장을 보고 집에 와서 정리를 할 때면 포장되어 있던 비닐봉지, 종이, 스티로폼 등에 의해 너무 많은 쓰레기가 생기곤 합니다. 그럴때면 ‘내가 사 온 것 중 쓸 것보다 버릴게 더 많구나’ 싶습니다. 요즘 친환경 장보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여 에코 백이나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야채와 같은 상품들은 유통과 판매가 편하도록 미리 꼼꼼히 포장되어있습니다. 재래시장의 경우 또한 손님에 대한 일종의 ‘정’으로 겹겹이 싸주시는 덕에, 포장재가 없는 100% 친환경 장보기는 거의 보기 어렵습니다. 그밖에 예쁜 디자인의 패키지는 구매 증진과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서는 포기하기 어렵고, ‘과대 포장’이 하나의 상술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개선하고 싶었던 독일의 두 여성, 밀리나 글림보프스키(Milena Glimbovski)와 사라 볼프(Sara Wolf)가 2년의 구상 끝에 세계 최초의 쓰레기 없는 슈퍼마켓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2014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문을 연 ‘Original Unverpakt(OU)', 한국어로 ’ 원래부터 포장되어 있지 않은 ‘이라는 뜻을 지닌 소형 슈퍼마켓입니다. 넓이 70㎡의 좁은 공간으로 구성된 이곳은, 포장 없이 진열·판매하여 필요한 만큼 식료품과 생활용품 등을 살 수 있다는 점에 많은 사람들과 언론이 주목했습니다.   

필요한 만큼 사가시되, 담을 용기는 직접 가져오셔야 합니다!

OU의 운영방식은 간단합니다. 이름에 걸맞게 이곳에서는 채소나 과일을 소포장하지 않고, 그에 따라 쓰레기도 나오지 않습니다. 포장이나 용기를 재활용하기 이전에 재활용 거리를 만들지 말자는 것입니다. 이곳에서는 채소나 과일은 물론 꿀, 커피, 와인 등 식재료 600여 가지를 포장 없이 저장 용기에 담아 두고,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의 양을 담아 오면 그에 따라 가격을 매겨 판매합니다. 소비자들은 물품을 담을 용기를 직접 가져오거나 매장에서 판매 또는 대여하는 용기를 이용해 물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 용기들은 유리나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것으로, 얼마든지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OU는 식료품뿐 아니라 화장품, 생활필수품을 구비하고 있고, 취급품의 80%가 유기농 제품입니다. 또한 가능하면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하기 위해 로컬 푸드를 우선적으로 판매한다는 정책을 가지고 있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조명, 나무 창고 등으로 매장의 모든 것을 만드는 등 건축과 인테리어까지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기존 슈퍼마켓에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포장이 너무 많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한 OU는 2014년 5월 진행된 클라우드 펀딩 캠페인 사이트에서 무려 4천여 명의 지지를 받고, 한화로 약 1억 7천만 원의 펀딩 자금에 의해 세워졌습니다. '포장쓰레기 없애기'라는 가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러한 호응이 실제 소비로도 이어진 것입니다. 현재 독일 베를린에 1호점을 오픈했고, 오스트리아, 프랑스, 영국에서도 이 가게를 벤치마킹한 가게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포장으로 인한 비용도 절감되어 상품이 가격이 저렴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성격 덕에 앞으로도 더 많은 소비자들이 몰려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러한 OU는 확고한 콘셉트를 가지고 비전을 제시합니다. ‘쓰레기 zero’라는 콘셉트를 통해 깨끗한 환경을 향한 비전을 가진 이곳에서는, 모든 직원들은 물론 소비자들도 함께 일관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목표는 ‘어떻게 수익을 많이 낼까?’ ‘어떻게 좋은 물품을 싸게 살까?‘라는 일반적인 가게와는 달리, ‘환경보호’와 ‘쓰레기 없애기’라는 공통된 개념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곳에서 판매자는 물품을 진열하거나 보관하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고, 소비자들은 용기를 준비하거나 빌리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판매자는 유통 전반에 걸쳐 포장쓰레기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소비자 또한 불필요한 포장쓰레기를 없애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환경을 살린다는 비전을 향한 만족감이 약간의 번거로움과 수고를 충분히 상쇄시키는 것입니다. 


작년에 가을에 베를린의 OU를 방문했었는데, 겉보기에는 평범하고 작은 가게였습니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 일반적인 식료품 가게들이 포장된 상품들을 가득 쌓아놓고 진열하는 것과는 다르게, 모든 물품들이 정갈하게 투명한 통에 담겨있었습니다. 그렇게 포장으로 인한 불필요한 부피가 줄어드니 가게 면적이 다소 작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물품들이 깔끔하게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1인 가구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시대에서, 이곳은 원하는 만큼만 담아 소량 구매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이곳을 한 바퀴 돌아보는 순간 제 자신이 환경을 생각하는 합리적인 소비자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생각과 경험들은 개인의 작은 노력과 활동들이 지역과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고민과 실천으로 이어져 매우 큰 의미를 지닐 것입니다. 이러한 비전과 가치는 프랑스의 식초나 와인, 맥주 등 액체류를 공병에 담아 판매하는 ‘장 부테유(Jean Bouteille)’, 미국의 안티 매키징 마켓 ‘제로마켓(ZeroMarket)’ 등 전 세계로 퍼지고 있습니다. 두 여성이 단순히 ‘불필요한 것은 없애자’라는 생각에 OU가 만들어진 것처럼, 주변의 사소한 것들을 잘 살펴본다면 좋은 비전과 가치를 가진 생활의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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