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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엉 May 15. 2017

깨어진 액정을 손에 쥐고

 우리의 우정은 조악한 것이었다. 핸드폰 액정이 깨어진 순간, 너와 나의 관계도 잠시 멈췄다. 우리는 남들과 다르다고 부정하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이것은 현실이다. 그저 전화번호부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는, 몇 초의 상념에 불과한. 너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술을 마실 때마다 네 생각이 났다. 수많은 사람 중 네 이름을 거듭 불렀던 것은 단지 이해받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야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단단히 걸었던 빗장을 풀었다. 너를 만나자마자 한눈에 동류라는 것을 알았다. 짐승이 피 냄새를 그리워하듯이, 너를 만난 것은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너의 생각이 어떻든, 나는 그랬다.


 하지만 네가 나를 보고 있지 않음을 깨달았을 때 나는 상처받았다. 우리는 꽤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누구에게는 적은, 혹은 많은 시간 속에서 사나이의 뜨거운 우정만큼은 아닐지라도 살갗을 맞대고 속살거렸다. 그저 우정만으로, 아니 우리를 위해서 실체가 없는 것을 위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것이 성장통이라는 것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 수 있었다. 너와 내가 본질에서 다른 사람임을 이제는 안다. 너의 어둠을 내가 영원히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것도, 우리가 진정한 친우가 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너는 나의 변덕을, 나는 너의 꾸준함을 이해하지 못한다. 너는 나에게 병신이라고 했다. 나는 그런 너를 보며 울었다.


 오랜만에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음에도 전혀 기쁘지 않다. 무언가 이상함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파도에 휩쓸리는 중이었다. 우리는 아무런 준비 없이 모래사장에 내동댕이쳐졌다. 결국 서로를 잃어버렸다. 그러나 찾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우리는 망설임 없이 다른 곳을 바라볼 것을 안다. 우연히 맞잡았던 손은 얼마나 차가웠던가. 나는 가장 뜨거운 순간을 이야기하면서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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