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너를 좋아할지도 모른다. 사랑은 얄궂어서 작은 불씨 하나만으로 화마가 되어 버린다. 불은 타고, 타고, 타올라서 삽시간에 삼킨다. 아마 너를 좋아할지도 모른다.
별것 아닌 나날들이었다. 그저, 햇살이 반짝 비친 순간 눈동자가 갈색인 것을 알아차려 나는 너를 좋아할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뺨이 붉어 좋아할지도 모른다. 웃을 때의 입매가 하트 모양이어서 좋아할지도 모른다. 말라가는 정강이가 안쓰러워 좋아할지도 모른다.
술김에 소곤거려 볼까 몇 번을 고민했다. 하지만 너와 나의 시간이, 사이를 스쳐 간 별것 아닌 사람이 아른거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며 좋아할지도 모른다.
너에게 그저 좋은 사람일까, 골치 아픈 여자앨까, 조금은 좋아할까 고민하며 좋아할지도 모른다. 시간마저 행복해서 웃음이 나는, 열세 살 어린아이처럼 풋사랑을 즐기면서 나는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