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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엉 Nov 24. 2017

조금 멀리서 지켜보는

 나는 조금 멀어지기로 했다. 자신을 위해서 그러기로 했다. 함께 있을 때의 즐거움보다 외로움이 더욱 컸기에.

 조금 멀리서 지켜보는 너는 낯설다. 사진 속의 네 모습이 상상되면서도, 아련하고. 그 시간 속에 나는 없다. 그저 바람 같은 사람이기에, 훌쩍 떠나버린 너를 건조한 냄새로 기억할 것이다.


 작별의 슬픔 대신, 관음함으로써 우리의 관계를 애도한다. 한 번쯤은, 소리 내서 싸웠어도 좋을 관계. 뭉쳐 있음에도 모래알처럼 흩어지던 관계.

 모래알은 가까이서 쳐다보면 반짝반짝 빛난다. 누군가의 손바닥 위에서 데굴거릴 때는 알지 못할.
 
 불그스름한 필터가 덧씌워진 너의 간에 다시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떠나야만 했던 것은 측은지심이 들어서였다고 하자.

 누구에게 더 흠이 있는지, 누가 더 목소리를 높였는지는 잊어갈 것이다. 밝게 패어지는 너의 보조개에 안도감이 드는. 조금 멀리서 바라보는 오늘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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