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그러고 살 거냐? 배운 값을 해야 하지 않겠니. 안타깝게도 학문은 자판기가 아니다. 칠백 원을 넣는다고 차가운 캔커피가 덜렁 주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자판기를 발로 차고, 집어 던지고 머리끝까지 해부해야 간신히 캔커피가 있는지를 아는 정도다.
우리는 늙었다. 젊음은 빠르게 지나갔다. 술을 먹고 추태를 부리는 것에 더 웃음이 나오지 않으면 늙은 것이다. 더 늙기 전에 팔려야 한다 소리친다. 나를 사시오. 나를 헐값에 사 가시오. 월 기백만 원이면 내 모든 것을 바치겠느냐고 하며 자조적인 주정을 한다.
팔리기 위해서 정신없이 동전을 집어넣는다. 짤랑짤랑 떨어지는 소리가 귓전에 시끄럽게 울린다. 옆집 누구는 칠천 원으로 고관대작이 되었다더라. 아니다, 나 때는 말이다. 칠십 원이 없어서 남이 버린 책을 주워다가. 그래서 나에게는 얼마가 필요합니까? 그들은 가타부타 말이 없다. 모르는 까닭이다.
올해의 첫 다짐을 한다. 팔리자. 팔리고야 말 것이다. 얼룩덜룩한 감정은 색동 천으로 가리자. 촌스러운 미소를 짓자. 처음 보는 사람에게 손을 흔들 자신이 있다. 어딘가 고장 나고 팔이 부러졌지만 괜찮다. 사시오. 어서 나를 사 가시오. 원가에 드릴 테니 조금만 고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