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알콜중독자 아버지를 가졌다. 팔남매 중 끝자리였던 그는 역시 알콜중독자 아버지를 가진 여자와 결혼했다. 여자의 삶도 다르지 않았다. 0과 0이 만나 1을 바라니 잘 될 턱이 없다. 남자는 대단치 않은 폭력을 휘두르며 술주정을 했다. 사과는 없었다. 사과가 무엇인지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자 또한 어떻게 사과받아야 할지 몰랐다. 여자는 술이 싫었다. 그러나 폭력은 익숙했다. 쓰레기봉투에 아이를 싸매던 날, 느꼈을 것이다. 그만두기엔 너무 멀리 왔다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 둘은 이쯤이면 평범하게 불행한 사람이 되었다. 불행을 거짓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슨 그따위 것이 다 있어. 술자리 사연을 듣던 젊은이가 비웃듯 씹어뱉는다. 불행은 젊은이를 바라보며 꾸덕한 웃음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