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사장인데요, 원한적 없던 변수를 만났습니다.
헬스장을 5년째 운영하는 사장입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PT샵을 운영하는 여전한 초보사장입니다.
이 이야기를 꺼내보는 지금은 이 사건이 발생한 지 2년 반이 흐른 시점입니다.
이제야 겨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는 것은 그때의 충격과 상처가 드디어 아물었다는 것이겠죠?
(아물지 못했어도 그랬길 바라보며 '큰 배움이었다' 라며 저를 위로해 봅니다)
네, 야심 차게 내 모든 걸 끌어모아 PT샵을 차린 지 2년이 딱 되던 때 건물에서 쫓겨났습니다.
(이왕 끌어모을 거면 서울 아파트를 샀어야 하는데 말이죠. 나는 바보야)
어떻게든 임차인의 권리를 지키고자 모든 방법을 동원하던 중에
전의를 상실하고 오픈 2년 만에 이사를 결정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건물주님의 딱 한마디였습니다.
분명히 온화한 미소였고 우아한 표정이었으며 또한 확실히 평온한 말투였습니다.
당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면 제게 닥친 가혹한 변수를 까맣게 잊고
저 부드러운 응원에 열렬히 감사를 표했을지 모릅니다.
2021년 당시 삼엄한 경호를 받던 지역,
청와대를 바라보는 아주 엄숙하고 아름다운 자리에 저의 첫 사업장을 열었습니다.
11년간 청춘을 다해 만든 경력과 고객, 그리고 자본을 더해 작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첫 PT샵.
첫 계약기간이 끝나기 반년 전인 23년 겨울 어느 날,
문자 한 통이 조용했던 제 아이폰을 춤추게 만들었습니다.
평소 월세납입 및 임차인의 의무를 목숨보다 여기 던 터였기에
잽싸게 문자를 확인하는데,
" 김대표님 PT샵 때문에 건물에 크랙과 누수가 심합니다. 계약기간 끝나면 원상 복구해서 나가주시죠 "
???????????????????????????????????
적힌 물음표보다 수십 배는 더 많은 물음표가 그 문자 이후 꽤 긴 시간을 내 일상과 함께했습니다.
이곳저곳의 다양한 조언을 받아
건물 시설, 보수에 관련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해당 사안에 전문변호를 하고 계시는 변호사님을 모셔서
할 수 있는 진단과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임차인으로써 어떠한 귀책사유가 없었기에
당연히 모든 결과는 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균열과 누수는 건물의 연식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러자 건물주님은
- 본인은 여기 로펌에 의뢰를 하겠다 (국내 탑 대형로펌)
- 부른 전문가들이 전문가가 아닌 것 같다.
- 혹시 그동안 자신 몰래 전대사업한 것 없냐 (임차인의 귀책사유를 잡기 위해)
등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진 것 없는 초보사장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의뢰를 맡아주신 변호사님은 저의 모든 상황을 인지하신 후
" 이런 경우 판례상 지금까지 임차인이 진 사례가 없습니다. 그냥 계속 운영하시면 됩니다.
최대 10년까지는 이렇게 이유 없이 나갈 이유가 없습니다. "
라는 최종 조언을 해주셨기에,
적어도 이렇게 억울하게 쫓겨나지는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나약하고 가진 것 없는 대초원의 사슴과도 같은 임차인이지만
성실히 임차인의 의무를 다했을뿐더러 어떠한 귀책사유도 없으므로 당당할 수 있었기에,
또 이런 상황이 PT샵을 이용하시는 고객님들에게 절대 피해가 발생하면 안 되었기에
마음을 잡고 운영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다잡은 마음은
건물주님이 주장하는 건물크랙보다도 훨씬 더 크고 날카롭게 균열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하루에 몇 번씩 업장에 들어와 요청한 적 없는 큰소리를 들려주시고
(놀란 회원님들이 촬영을 하실정도)
갑자기 오늘 일은 미안하다 말하시는 등의 일들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글 상단에 언급되어 있는 말씀을
아주 아무렇지 않게 하셨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김대표님! 본인건물을 사서 하세요! 마음 편하게!"
그 순간 저는 억지로라도 무너져야 했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비참한 마음 이면에는
따지고 보면 틀리지 않은 말을 현재로서는 어떻게 반박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이사를 마음먹었지만 이사가 어디 뚝딱 이루어질 리가 있나요.
그래도 결론적으로 회원님들의 다방면의 큰 도움들 덕분에 수월하게 이사를 했습니다.
심지어 확장이전!
(확장이전의 이야기는 조금 더 밝은 도화지에 칠해볼 수 있는 기회에 담아보고자 합니다.)
처음에는 생각해 본 적 없는 변수, 갓물주님으로 시작된 거대한 폭풍이 너무 비참했습니다.
하지만 임차인으로써 최선을 다했던 그 마음과 같이
부족하나마 나의 일을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던 마음을 알아준 것일까요?
여러 도움 덕분에 더 좋은 기회를 만나 현재는 아주 잘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렇게 원망스러웠던 갓물주님을 내심 이해하게 되면서도
세상을 알아가는 나를, 세상에 맞서 천천히 약진하는 나를 기특해하며
더욱더 발전할 수 있게 해주는 동력이 되어준 그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래도 우리 이왕이면 "갓물주" 되실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