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오늘의 배움은 반드시 삶으로 돌아온다
요즘 들어 배우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괜히 더 크게 느껴진다. 현재 버는 수익이 없고 크게 돈이 나갈 일만 가득해서 AI관련 강의를 결제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은 신청 버튼을 눌렀다. 통장 잔고를 들여다보며 이 선택이 과연 나에게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에 대한 계산을 두드려보게 된다.
아무리 머리로는 '투자'라고 되뇌어도, 당장 보이는 성과가 없으면 괜스레 불안해진다. 특히 요즘처럼 결과를 빠르게 요구받는 시대에는 무언가를 익힌다는 행위가 더디게 느껴진다.
'이걸 배워서 바로 내 수익에 도움이 될까?'
'AI 시대에 이런 스킬이 의미가 있을까?'
'시간을 이렇게 쓰는게 맞을까?'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어쩐지 날카로워지고 마음은 조급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배우기를 선택한다.
지금은 티 나지 않지만 언제가 꽃피울 씨앗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을 무척 좋아했다. 사실 그때는 그것이 공부라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세상엔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구나, 궁금한 걸 알아가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이구나 하는 순수한 호기심이 더 컸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특히 AI 시대를 맞으면서 모든 것에는 더욱 냉정한 값이 매겨지기 시작했다. 시간의 값, 돈의 값, 심지어 관심조차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미대 대비' 혹은 '시간낭비'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친구들은 매번 다양한 강의를 듣는 나에게 이런 조언들을 했다.
"당장 돈이 되는 걸 배워야 하는 거 아니야?"
"회사 일에 집중하는게 더 중요하지 않겠어?"
모두 맞는 이야기였다. 당장 눈앞에 성과가 필요할 땐 조금이라도 현실적인 해답이 간정하니까. 하지만 나는 여러 번의 창업 실패와 경력 단절 등의 경험을 통해 확신하게 되었다. 우리가 오늘 배우고 익힌 것들은 아주 느리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특히 급변하는 시대일수록 놀랍도록 큰 열매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디자이너에서 디렉터로 배움이 만드는 성장의 기적
나는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디자인팀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늘 갈증이 있었다. 단순히 '보이는 것'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브랜드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을 설계해 장기적으로 더 좋은 비지니스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틈틈이 브랜딩과 마케팅, 데이터 관련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심리학에서 개인적인 관심이 있어 미술심리치료 자격증을 수료하고 브랜딩 관련 워크숍에 참여도 했다.
직장인으로서 시간을 내어 공부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퇴근 후 녹초가 된 몸으로 육아와 가사일을 마무리하고 조금이라도 책을 보거나 강의를 듣기 위해 잠을 줄였다. 주말에는 도서관에 가서 관련 책을 빌려서 읽거나 강의를 들으며 필기를 잔뜩 해뒀다.
그때만 해도 솔직히 허무했다. 이걸 배운다고 당장 내 급여가 오르는 것도 아니고 지위가 높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나 친구들은 그 시간에 푹 쉬거나 놀러 다니는데, 나는 왜 이고생을 하고 있나 싶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브랜드 개발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처음 기획 단계에서부터 마케팅, 디자인 등의 업무를 해야했다. 내가 제안하는 방향으로 앞으로의 브랜드 방향성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는 주요 프로젝트였다.
회의 자리에서 그동안 쌓아왔던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꺼냈다. 브랜드가 무엇을 이야히 해야 하는지, 고객은 무엇을 원하고 어떤 감정에서 구매 결정을 내리는지, 그 통잘들이 머릿속에서 흘러나와 사람들을 설득했다. 그제서야 내가 그토록 시간과 돈을 써가며 배운 것들이 지금 이순간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고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그 프로젝트는 브랜드 방향성에 맞게 로고 디자인부터 인스타그램 콘텐츠 방향, 신제품 개발, 자사몰 구축 등 하나씩 진행되었다. 만약 예전처럼 주어진 기획대로 디자인 작업물만 만들고 비주얼적인 부분만 고민하는 사람이었다면 그 중요한 기회를 놓쳤을 것이다.
ChatGPT가 등장한 후 많은 직업들을 대체하고 인공지능가 해주는 일이 많아질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하지만 나의 경험은 정반대였다. AI가 발전 할수록 더 깊이 있는 배움이 필요하는 걸 깨달았다.
AI는 정보를 정리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지는 결국 사람의 몫이다. 특히 내가 관심있는 브랜딩과 소비자 심리 관련해서도 나만의 관점과 지식을 구조화 하는 능력이 있어야 AI가 제공하는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더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가 "소비자들이 이런 키워드에 반응한다."고 알려줘도, 그 이유가 무엇인지, 브랜드 맥락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는 내가 배운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판단할 수 있다.
AI는 도구일 뿐, 그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여전히 사람의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는 흔히 '배운다'고 하면 무언가를 외우거나 스킬을 힉히는 것만 떠올린다. 하지만 사실 배운다는 건 조금 더 넓은 세계를 보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로운 개념을 접하면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더 많은 관점을 이해하게 되니 판단이 조심스러워지고, 세상에 쉽게 화내거나 상처받지 않게 되기도 한다.
또하나, 배움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든다. 모른다는 걸 아는 사람, 그래서 더 배우려고 애쓰는 그런 사람은 누구보다 강하다. 자기 확신에만 빠져 있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끊임없이 열려 있으니까.
나 역시 그런 태도가 디자인 일을 하는데 아주 큰 자산이 되었다. 처음엔 오로지 감각적인 비주얼 작업물에만 집중했다면, 지금은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를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퇴사 후 나는 독학으로 배웠던 이미지와 영상을 만드는 생성형 AI를 좀 더 잘 활용하고 싶어 AI관련된 강의를 여러개 들었다. 그리고 요즘은 AI 도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일한다. 미드저니로 아이디어를 시각화하고 ChatGPT를 활용해 기획 초안을 잡아가는데 도움을 받고 퍼블릭시티를 활용해 자료를 검색한다. 그리고 만든 것을 콘텐츠로 만들어 올리고 있는데 만드는 이미지 결과물의 퀄리티가 빠르게 좋아졌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동안 일하면서 배운 경험과 기본기가 있기에 가능하다. AI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받은 답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그리고 퀄리티 높은 이미지와 결과물을 보았기 때문에 어떤 것이 좋은 결과물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배운 것을 바탕으로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이나 일반인들도 결과물을 좀 더 쉽게 만들어 볼 수 있도록 강의를 하거나 만드는 튜토리얼을 콘텐츠로 만들어 올리려고 계획중이다.
AI시대에는 단순한 습득보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통찰력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 통찰력은 꾸준한 배움에서 나온다. 그동안의 배우는 경험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는 방법과 태도를 익힐 수 있었다. 어떻게 빠르게 핵심을 파악하고, 기존 지식과 연결하고 실제 활용해볼지에 대한 노하우가 나도 모르게 축적되어 있었다.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면역력을 준다. 세상이 아무리 빨리 변해도 배우는 방법을 아는 사람을 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
지금 뭔가를 배우고 있거나 배우는 과정이 더디게 진행되어 답답하거나, 혹은 AI가 발전하는 시대에 이런 건 배우는게 의미가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면 조금만 나 자신을 믿어보자. 우리가 오늘 배우는 것들은 절대 헛되지 않다. 급변하는 시대일수록 살다 보면 어느 날 정말 뜻밖의 순간에 배웠던 기술이 유용하게 사용되는 순간이 온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더라도 이미 달라지고 있을 것이다. 생각하는 방식이 조금씩 확장되고 세상을 보는 눈이 깊어지고 있을테니까. 결국엔 그 모든 작은 변화를 토대로 지금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스스로를 '프로 자기계발러'라고 부른다. 배우는 것이 취미이자 생존 전략이 되었다. 요즘도 퇴사 후 새로운 강의를 결제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투자할 때마다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고민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떠올리는 것은 과거의 경험들이다. 그때 그때 배웠던 것들이 결국의 지금의 나를 만들어가고 있기에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가장 확실한 투자는 바로 나 자신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며 배운다. 기술은 바뀌어도 배우는 능력,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유연함, 다양한 지식을 연결하는 통찰력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배우는 것들이 언젠가 분명히 내 삶은 가장 큰 아웃풋이 되어 돌아온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좀 더 배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