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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계형먹보 Dec 03. 2019

팝업에 의한, 팝업을 위한 레스토랑

[New York] Intersect by Lexus (1) 

 정식 오픈이 아니라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까지 한시적으로 오픈하는 팝업 레스토랑은 한국에서도 간간히 국내, 해외의 유명 셰프들에 의해서 열립니다. 누군가는 새로운 식당을 열기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또 누군가는 그동안 해보지 않은 새롭고 신나는 도전을 하기 위해 POP-UP이라는 툴을 이용합니다. 미슐랭 스타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는 ‘곰탕 팝업’이라는 이름으로 서울 홍대 앞과 여의도에서 곰탕을 팔았고, 레시피를 정리하고 손님들의 반응을 살폈습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오픈 한 곳이 임 셰프의 냉면, 곰탕집 ‘평화옥’이 아닐까 싶습니다. Per Se의 셰프 Thomas Keller도 Ad Lib이라는 팝업 레스토랑을 오픈하기도 했습니다. 파인 다이닝인 그의 레스토랑에서 평소에는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들을 Ad Lib을 통해서 보여줍니다.


 뭐니 뭐니 해도 사업자 입장에서의 팝업 레스토랑의 장점은 “아니다 싶으면 빠질 수 있다!”입니다. 테스트베드로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지요. 고객 입장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 임시 레스토랑이다 보니 다른 사람은 앞으로 할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사업자에게는 임시로 사용할 공간을 찾아야 한다는 점 (레스토랑의 특성상 주방이 모두 갖춰진 곳을 찾아야 하니까요), 고객에게는 모름에 대한 리스크를 안고 소비를 해야 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 두 가지 단점을 해결하면서 흥미롭게 풀어낸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INTERSECT BY LEXUS.  NEW YORK 



  뉴욕 맨해튼의 미트패킹 디스트릭트 (Meat Packing District)에는 이런 팝업만을 위한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는 말 그대로 고기를 포장하던 지역으로 1930년 대에 육류 가공업체들이 모여 있던 곳입니다. 지금은 힙하고 스타일리시한 공간들이 잔뜩 모여있는 곳이고요. 이 지역에 일본 자동차 회사 Lexus에서 만든 Intersect by Lexus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어두운 회색 문이 잘 눈에 띄지 않아서 Speakeasy 느낌도 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독특한 인테리어의 공간이 펼쳐집니다. 모던하면서도 미래적인 느낌의 인테리어 곳곳에 Lexus의 정체성인 자동차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들이 눈에 띕니다. 자동차 부품으로 디자인한 벽면이라던지, 톱니 디자인의 의자, 미니카 등은 인테리어에 눈에 띄듯, 띄지 않 듯 잘 녹아 있습니다. (TIP. 가신 분은 개인적으로 화장실을 꼭 가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입구부터 나올 때까지 (손 씻는 일 제외하고) 손을 하나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저는 무척 인상적이었거든요.)    


 제가 오늘 하고 싶은 얘기의 주제인 레스토랑은 2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왼쪽은 Bar로 꾸며져 있고, 오른쪽이 레스토랑입니다. Pop-up을 위한 레스토랑이란 의미는, 이 공간은 항상 팝업으로만 꾸며지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4개월 단위로 나라와 메뉴가 변경되고, 매번 세계 최고의 셰프들과 콜라보를 선보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칠레의 Sergio Barroso 셰프가 메뉴를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와인 리스트도 음식에 맞게 칠레 와인을 위주로 구성되고, 재밌는 아이디어들의 메뉴가 코스로 선보입니다. 매번 가격도 달라지지만 대체로 100불 초반대로 뉴욕 파인 다이닝 씬에서는 저렴한 편에 속합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칠레 최고의 셰프의 음식을 뉴욕에서도 맛볼 수 있다는 큰 장점을 누릴 수 있습니다.


독특하면서도 세련된 레스토랑 내부 인테리어


 Sergio Barroso Chef의 <040>을 Intersect 에서


  1. 공간은 그대로지만 레스토랑은 계속 바뀐다 

 
 레스토랑은 그대로 있지만, 그 안의 콘텐츠는 계속 바뀝니다. 완전 다른 국가의 다른 셰프의 음식을 맛볼 수 있으니 그야말로 다른 레스토랑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보장된 유명 셰프의 새로운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재방문 의사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만 해도 다음 셰프가 바뀌면 꼭 와봐야지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파인 다이닝의 재 방문 주기가 평균 4개월이라면 훌륭한 수치가 아닐 수 없겠지요. 


 2. 이미 준비 되어 있는 팝업 레스토랑 


 셰프에게도 뉴욕에서 뉴요커들을 상대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공간이 이미 준비되어 있다는 건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자신들의 팀과 함께 온전히 본인 스타일의 음식을 선보일 수도 있고요.  팝업에 따른 장소나 기타 제반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음식에만 집중 할 수 있습니다. 


3. No Tipping Restaurant

 

 Intersect by Lexus의 레스토랑 파트는 ShackShack Burger의 Danny Meyer Group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Danny Meyer의 레스토랑들은 팁을 받지 않는 혜자스러움으로 인기가 많은데요. 미국은 15~20% 팁을 (거의) 의무적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외식 시에 팁에 대한 부담감이 꽤나 큰데요. Intersect by Lexus도 Danny Meyer의 레스토랑답게 심지어 팁도 내지 않아도 됩니다. 미국의 팁 문화에 대한 것은 또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 다음에 한 번 다뤄보도록 할게요.  



 팝업 자체를 컨셉으로 만든 레스토랑이라는 점이 레스토랑의 새로운 플랫폼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꽤 흥미로운 장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새 뉴욕에서는 (청담동 브런치 레스토랑처럼) 여사님들이 한가롭게 식사를 즐기는 장소로 유명하다고 하네요. Intersect by Lexus는 뉴욕 뿐 아니라 도쿄와 두바이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뉴욕에서 지금은 아르헨티나 쉐프인 Tomás Kalika의 메뉴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하네요. 다음 번 글에는 제가 메뉴에서 생각했던 상품기획 아이디어들의 법칙들을 적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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