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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학을 나온 것을 후회하는 이유

나 빼고 다 잘 나가는 것 같을 때

by 프리데이

처음엔 자랑스러웠다.

부모님의 자랑스러운 딸이 된 것 같은 뿌듯함도

무언갈 드디어 해낸 것 같은 성취감도 있었다.


"와, 너 거기 나왔어?" 하며 달라지는 사람들의 눈빛에
어깨가 저절로 펴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타이틀 뒤에 숨어 있는 무게가 느껴졌다.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동기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성공한 친구들의 SNS가 내 마음속 거울을 점점 더 흐리게 만들었다.


나도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나는 초라해 보일까? 왜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는데, 나는 아직도 길을 찾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질까?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내가 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조금 더 단순하게, 조금 더 작은 기대 속에서 살았다면 나는 나 자신에게 더 너그러웠을까?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면, 조금 더 작은 집단 안에서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 축에 들었을 텐데. 지금처럼 이 거대한 비교 속에서 작고 투명하게 묻혀버리는 느낌은 아니었을 텐데...


하지만 그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이었을까?

아니.


나는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나다운 삶을 살고 싶었던 사람이다. 그래서 이 길을 선택했고, 그래서 지금, 길을 잃은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나만의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꼭 좋은 삶을 살아야 할 의무는 없다.
그 이름 아래 작아져야 할 이유도 없다.
그저 내가 지나온 길 중 하나일 뿐이다.


나는 이제
‘어디를 나왔는가’보다
‘어디로 가고 싶은가’를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그곳엔 어쩌면,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걸어온
나만의 이야기가 빛을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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