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잘 살아가고 싶어서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일을 고민하게 되었을까.

by 흐르는 샘

『일의 철학』은 일을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지도, 어떻게 성공해야 하는지도 말해주지 않는다.

대신 이 책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이 일을 하는가.”

“이 일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처음에는 익숙한 질문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질문을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일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일을 하나의 결과나 선택으로 보지 않고, **‘설계해야 하는 과정(Design)’**으로 바라본다.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탐색하고, 한 번의 선택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실험을 반복하며,

문제가 생기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설계한다.


Wayfinding, Prototype, Redesign, Agency.

이 책이 제시하는 개념들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설명하는 프레임에 가깝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단순했다.

나는 이미 이 질문들을 계속 하고 있었다는 것.


왜 일을 해야 하는지,

이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지금의 선택이 앞으로 어디로 이어질지.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 살아가면서

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과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을 구분하려고 했고,

주어진 환경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과 기회를 찾으려 했다.


그리고 생각이 과하게 복잡해질 때마다

나는 다시 가장 단순한 질문으로 돌아간다.


나는 누구인지,

어느 조직에 속해 있는지,

지금 어떤 역할을 맡고 있고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몇 줄 되지 않는 이 문장들이 복잡한 생각 속에서 나를 다시 찾게 해주는 기준이 된다.

마치, 저 멀리 보이지 않던 나를

군중 속에서 다시 발견하게 해주는 작은 표식처럼.


어떤 순간에는 이 모든 고민이 과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생각을 정리하지 않아도 잘 살아가는 사람들,

구조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사람들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비효율적인 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하나는 분명해졌다.

이건 비효율이 아니라 방식이라는 것.


정답을 빠르게 찾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방향을 탐색하면서 길을 만들어간다.

나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그 방식 역시 충분히 의미 있다는 것.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 모든 고민과는 별개로

일은 결국 단순한 이유로 다시 돌아가기도 한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가젤은 아침이 되면 달려야 한다.

이유는 없다. 사자로 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다.

복잡한 생각 속에 빠질 때면 오히려 이 단순한 사실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Just do it.


설명할 수 없는 이유들이 이미 나를 움직이고 있고,

그 흐름 속에서 나는 또 하루를 살아간다.


이 책은 나에게 어떤 해답을 주지는 않았다.

대신, 내가 하고 있던 고민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줬다.

그리고 하나의 기준을 남겼다.


상황이 바뀌지 않더라도,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바꿀 수 있다는 것.

작은 일이라도 스스로 인정할 수 있어야,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일의 철학』 연재의 시작

그래서 이 글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이 책이 던진 질문들을 기준으로, 내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하나씩 풀어보려고 한다.

정답을 찾기 위한 글이 아니라, 방향을 정리하기 위한 글이다.


다음 글에서 다룰 질문들

우리는 왜 일을 해야 하는가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방향은 어떻게 찾는가

작은 실험은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회사 안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주도권은 어디까지인가

결국 일에서 남겨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