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와 무시로부터 자유로워지기

한국인의 무의식 - 6

20대 후반의 청년이 찾아왔습니다. 명예욕과 성취욕이 큰 편으로 유명 웹툰 작가가 되고 싶었으나, 높은 이상에 비해 현실에서 성취를 하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좌절과 실망을 경험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계속 겪다 보니 점차 의욕이 저하되어 현재는 하고 싶은 것은 없는데 반해, 하기 싫은 것만 많은 상태라고 하였습니다. 평소 타인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는 편이며, 사람의 급을 나누고 우열을 가리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 성취를 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진다고 하였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성공이란 타인에게 무시를 당하지 않을 최소한의 선에 도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위의 청년과 같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여 무시를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많은 한국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입니다. 사회적인 큰 성취나 부, 또는 높은 지위가 비교와 무시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다고 믿고 타인보다 성공하기 위해 열중하는 경우가 있으며, 반대로 무기력감에 빠져 평등하지 못한 세상을 탓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유난히 비교와 줄 세우기를 좋아합니다. 학생들은 성적, 키, 외모 등으로 서로를 비교하며 이후에는 대학교, 직장, 배우자, 자산 등으로 비교를 하다가 다시 자녀에 대한 비교를 시작합니다. 취미생활이나 각종 상품 구입 등 어떠한 분야에서도 등급표가 세세하게 작성이 되어 있어, 비교를 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비교를 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안겨줍니다. 높고 낮음은 상대적인 가치로 비교 대상의 정점에 올라가는 과정이 괴롭고 힘들며, 운 좋게 그 정점에 올라설 확률 또한 매우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교의 기준이 점차 변화하므로, 내가 한 가지 비교대상에서 우위에 있다 한들 다른 대상에서 또한 우위를 점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비교하는 마음이 큰 사람들, 즉 계급주의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단점 또는 약점을 발견하여 자신보다 아래에 두기 위한 언행을 자주 합니다. 예를 들어, 초면에 말을 놓는 행동은, 나이 또는 다른 사회적 지위의 기준을 이용하여 타인을 자신보다 아래에 두려 하는 비 존중적인 행동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타인과 상호존중을 하는 관계가 아닌, 상하가 구분되는 경직된 관계 안에서 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늘 타인보다 낮은 위치로 내려가는 것에 대해 불안을 느낍니다.


하지만 상호적인 관계를 주로 경험하고 스스로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은 타인보다 높은 위치에 놓이려는 시도를 하지 않습니다. 타인을 자신과 동등한 하나의 인격체로 보기 때문에, 나이, 학력, 자산 등등 눈에 보이는 특정한 기준으로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기는 마음을 갖지 않습니다. 타인에게 무시를 당하지 않으려면, 스스로의 마음속에 있는 비교하는 사고방식부터 먼저 내려놓아야 합니다. 자신의 고유한 본질적 가치를 존중하고 근본적인 높고 낮음이 없음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과의 비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설령 타인이 나를 무시하려는 시도를 하더라도, 스스로를 존중하는 사람은 그러한 시도로부터 정신적 타격을 받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나이에 따라 계급을 나누는 사람은, 나이가 적은 사람과 갈등이 생겼을 때 자신보다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무시를 당했다는 생각에 더 예민하고 감정적인 반응을 합니다. 부의 크기로 가치를 나누는 사람은 자신보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행동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무시를 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스스로 비교하는 사고방식을 내려놓은 다음에는 타인의 사고방식을 관찰하여 행동 특성을 파악하고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여 깎아내리거나 무례한 행동을 한다면 그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을 통해 나이, 외모, 학력, 직업, 돈 등의 기준에 의한 계급주의적 사고방식을 읽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비교하는 사고방식에 정신적으로 구속된 사람임을 발견한다면, 그 관계에 집착하지 않고 벗어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비교와 무시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결국 내외부적인 부정적인 영향을 끊어내야 합니다. 아무리 스스로를 존중하고 무시하지 않으려 해도 타인으로부터 가해지는 부정적인 영향이 지속된다면 이를 온전히 피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정신과에 온 뒤로 상급자 선생님들과 교수님들로부터 존중받는 경험을 하면서 제 자신을 신뢰하고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마음을 점차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제 스스로가 갖고 있는 비교, 무시, 비하하는 사고와 언어적 습관을 발견하면서 이를 중단하고 교정하는 연습들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는 '급식충' '한남충' '맘충' 등과 같이 극단적으로 타인을 비방하거나 비하하는 표현들이 여과 없이 쓰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표현들은 우리의 무의식을 잠식해 나가고 있으며 타인을 모욕하고 비난하는 습관은 결국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해 스스로를 공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자신 또는 타인을 평가절하하는 생각과 표현들을 삼가고, 존중을 주고받는 경험들이 공유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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