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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티카 Oct 06. 2021

더디지만 달라지고 있는,
세상 밖으로

매드프라이드 유니버스 인터뷰 ep.7

글 이철승
사진 이철승



패밀리링크 가족강사 박정근



세상으로 나와야 합니다.
세상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세상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지 않을 것이고
세상에 권리를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정신건강증진시설의 인권강사인 박정근 님은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든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정신장애 당사자와 발달장애 당사자들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자리라면 어디에든 언제든 좇아갑니다.


박정근: 그러다 보니 맡고 있는 자리도 많네요.


정신건강증진시설의 인권강사이자 패밀리 링크의 서울지부 소속의 강사로, 또 때론 한국조현병회복협회의 부회장으로, 당사자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열 사람의 몫을 다하고 있습니다. 


박정근: 이렇게 많은 일을 하게 될지는 저도 몰랐죠. 정신건강 당사자들을 위한 일을 하게 될지도 몰랐고요.


대학교에서 영어를 공부한 박정근 님은 졸업 후 중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를 지냈습니다. 그러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삶으로 변화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박정근: 결혼해서 낳은 아이가 발달장애를 안고 태어났어요. 당사자의 부모가 되고 보니 장애인에 대한 세상의 온갖 불합리와 차별, 편견과 선입견의 경계에 부딪혀 보았죠.


그런데 발달장애인에 관한 관심은 어떻게 조현병 당사자와 정신건강 당사자 전체에 관한 관심으로까지 확장된 것일까요? 


박정근: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넓혀진 것 같아요. 처음에는 발달장애였지만 발달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들여다보니 발달장애인만의 문제는 아니었어요. 정신건강 문제는 당사자가 다시 주변인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서 서로 이어지고 얽혀있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 한쪽의 매듭만 풀어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죠.



가족에게 당부합니다


박정근 님은 단 하루도 바쁘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박정근: 중증 발달장애인은 24시간 보호자의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내 아이를 보살피기에도 모자란 시간을 쪼개어 정신건강 당사자 모두를 위한 수고에 나서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박정근: 정신장애인들은 신체장애인에 비해 제대로 된 지원을 받거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어요. 반면 사회의 편견과 혐오는 정신 장애인에게 더 가혹하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정근 님은 대중과 정부가 바뀌기 전에 먼저 변화해야 한다는 이들이 있다고 합니다. 


박정근: 정신건강문제와 관련해서 당사자를 제외하고 가장 힘들고 가장 큰 희생을 하는 사람은 당사자의 가족입니다. 당사자를 보살피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데도 우리의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족이 동시에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가족이 먼저 당사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그만두어야 합니다.     


박정근 님은 매드프라이드에서 강연에서도 사회나 정부를 향한 호소만큼 자신과 같은 당사자 가족에게도 많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박정근: 당사자 자녀가 결혼도 하고 자녀도 출산하면서 행복하고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타인의 시선에 따라 자녀의 삶을 움직이려고 하지 마시고 당사자 자녀 중심으로 삶의 방향을 잡아주세요. 어떻게 당사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주세요. 



세상은 달라지고 있고, 우리도 달라져야 합니다


박정근 님의 이 정부에게 바라는 변화는 훨씬 구체적이고 단호합니다.


박정근: 우선 정신건강 당사자들의 취업과 지원을 제한하고 있는 법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신체장애와 똑같은 수준의 권리를 보장하고 복지 서비스 등 지원을 약속해야 합니다. 이로 인한 정신건강 당사자들의 박탈감과 좌절감이 큽니다.


박정근 님은 관련 정책 담당자들을 직접 만나면서 차별 논란이 있는 법령을 개정하거나 폐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정근: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행히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주거 지원, 병원 진료, 약 복용, 그리고 식사와 빨래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차례로 도입될 것 같습니다. 


사회와 정책의 변화를 더 빨리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정신건강 당사자들이 숨어있지 말고 더 세상에 나오고 직접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합니다.


박정근: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을 정부가 지원하지는 않잖아요. 정책은 결국 정치이고, 정치는 눈에 뜨이는 사람들을 위해 움직이게 되어있어요. 두려워 말고 우리가 세상으로 나가야 합니다. 함께 손을 잡고 나간다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고 그렇다면 두려워할 이유도 없습니다.


매드프라이드 마이크를 잡은 이유도 같습니다.


박정근: 매드프라이드가 제 딱 바라던 무대를 만들어주었어요. 당사자가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먼저 문밖으로 나가 세상을 단련하고 있는 박정근 님이 열린 문을 버티며 부지런히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나오라고.





제 3회 매드프라이드가 온라인 가상 공간 게더타운에서 개최 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2021 매드프라이드 유니버스

일시 : 2021년 10월 10일

장소 : 매드프라이드 게더타운 


매드프라이드 공식 홈페이지 : https://ffa.co.kr/madprideseoul

안티카 공식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antica.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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