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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의미 Feb 28. 2024

착한 바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는가?

손해 볼 짓을 왜 해?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하면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지금 바보같이 정직한 글을 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모두에게 적용이 될지 어떨지 모르는 마인드셋을 포장해서 파는 거만한 장사꾼들,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편집해서 혼란을 일으키는 분탕자, 이미 수없이 발표된 사실을 마치 세기의 발견처럼 떠들어대는 무지한 사람들의 말보다 있는 사실과 있었던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글만 쓰면 '내 이야기'(속된 말로 지만 하는 이야기)만 해서 문제라고 한다.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 아마도 을 팔아야 하는 사람이 아닐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내 이야기가 아니면 누구 이야기를 지어서 쓰란 말인가. 사람들은 여전히 유명한 사람의 '정보성 글'이나 유명한 사람의 자기 계발서를 읽는 시간이 가장 유익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결국 '이름도 없는 놈이 글을 왜 쓰지?'라는 것이 아닌가. 그런 글을 쓰고 싶으면 유명해져서 쓰라는 소리가 아닌가. 이 바닥은 그런 '문턱'이 이해관계자들의 입맛대로 늘었다 줄었다 한다. 그러니 정말로 솔직한 이야기가 적을 수밖에 없다.



살기 위한 요령과 공식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아졌지만 그것들이 삶을 살아가는 의미와 직결되지 않는다. 어떤 삶이 옳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신은 그렇게 살아서 불행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두 사람이 잘못됐다며 내 말을 들어보라는 사람이 나타나서는 한참 떠들다가, 서로 한 말은 다 잊어먹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반복한다. 앞의 이야기를 모르고 매번 새로운 글을 읽고 새로운 이야기만 한다.



때론 '이래라저래라'라는 말보다 누군가가 참고 버티고 있는 모습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때가 있다. 도대체 누구의 삶이 모범적이란 말인가.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과 이태석 신부처럼 봉사하며 사는 것이 옳은 삶이라면 왜 다들 그렇게 하지 않는가. 못한다면 왜 못하는가. 좋은 일인건 알지만 그렇게 사는 것에서 행복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고 그렇게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군가가 그렇게 살아온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누구도 특정한 삶을 강요할 수는 없다. '정확한 삶'이 어디 있는가.



세상에 이론과 정보가 흔해지니 이제 사람들은 잘 속지 않는다. 흔히 '부당한 거래'를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어쭙잖게 이득을 보려고 하는 '의도'는 쉽게 간파당한다. 그런 이질감을 사람들은 놓치지 않는다.



착한 사람으로 남지 말라는 조언들이 쏟아져 나온다. 누구나 자신도 겪었던 일이라며 공감한다. 착한 사람이란 특별히 도덕적으로 심성이 바른 것이 아니라 요즘 시대라면 '참고 버티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어떠한 불합리를 참고 버티는 이들은 모두 착한 사람들이다.



누구에게나 성질은 있다. 세상은 무례한 사람으로 넘쳐나고 '착하면 손해'라는 말은 점점 진리가 되어가는 듯하다. 착해서 참는 것이 아니라 참을만한 사람이니 착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지켜온 도덕적인 모습은 사람들의 빈정거림 한 번에 산산이 부서진다. 지금까지 잘 참아오다가 오늘내일 버럭 화를 내버리면 그 사람은 원래부터 그런 끼가 있는 소시오패스취급을 받게 된다. '그런 성질'을 가지면서 참아왔다는 것을 "저 사람은 여태껏 착한 척 연기를 한 거야"라고 왜곡하고 가스라이팅을 한다. 이러니 누가 착하게 살고 싶을까.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은 원래 선하고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말은 그릇된 믿음이다. 시커먼 옷을 입고도 새하얀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새하얀 옷을 차려입고 시커먼 일을 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원래 선하고 악하고를 따지는 것은 본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접근 방식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래 나 원래 성깔 있는 사람이야. 어디 한번 덤벼봐"

라고 정색하면서 강하게 나갈 것인지,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라며 또다시 참는 삶을 살아갈지.




이미지 출처(© mossphotography,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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