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고소장 쓰는 법
앞서 사기죄는 사람 간 신뢰관계를 이용해 저지르는 범죄인만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선량한 사람들의 법감정과 다르게 사기에 대한 형량은 피해자들의 고통에 비해 한 없이 가볍습니다.
형법 제347조(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해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2023년에도 1995년의 시대 상황을 반영해 개정된 조항을 적용하고 있으니 현재의 법감정에 닿을 리가 없습니다. 그나마 특별법은 2017년에 개정된 것을 쓰네요. 하지만 특별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일반 형법보다 다소 무겁게 처벌되려면 사기꾼이 적어도 5억 원 이상의 많은 돈을 사기 쳤어야 합니다.
1.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2.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심지어 사기꾼이 초범이거나 피해액을 일부 돌려줬거나 기타 참작할 사정이 있다면 감형될 여지가 있습니다. 얼마나 사기꾼이 살기 좋은 나라인지 모릅니다. 그래도 죄지은 자는 처벌을 받아야 하니 사기꾼을 처벌받게 할 수 있는 형사소송, 그중 고소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2) 형사소송(고소)
형사소송은 사기 피해자가 고소인, 임대인이 피고소인입니다. 형법 제347조에 해당하는 사기죄로 임대인을 처벌하기 위해선 임대인이 사기를 쳤어야 합니다. 법에선 이것을 '기망행위'(속임수)라 합니다. 쉽게 말해 임대인이 계약 당시 나를 속인 정황이 있어야 합니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줄 능력도 없으면서 있는 척 나를 속여 계약하게 했고 만기일까지 보증금을 주지 않은 채 잠수를 타 내 돈을 가로채갔다면 사기입니다.
고소는 고소장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소장은 인터넷에 공유되는 서식 어느 것을 사용해도 좋습니다. 가장 먼저 인적사항을 적는 란이 나옵니다. 임대인의 주민번호는 몰라도 괜찮습니다. 주소가 가짜라고 해도 휴대폰번호나 계좌번호 정도만 알아도 수사기관에서 조회해 임대인을 불러 조사하니 그 정도만 기입해도 됩니다. 무엇보다 내용과 증거가 중요한데 아래는 간략하게 고소장에 필수적으로 들어갈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1. 당사자 관계 - 어려울 것 없습니다. 임대인과 본인의 관계를 기재합니다. 계약서에 쓰여있는 빌라 주소, 보증금, 계약기간, 계약일 등 숫자와 관련된 것을 신경 써서 적어줍니다. 증거로는 계약서, 계약금과 잔금 입금내역서, 부동산등기부등본 등입니다.
2. 피고소인의 범행(사기) - 계약 당시 임대인이나 공인중개사의 기망행위, 연락 두절 시기, 현재 진행 상황(내용 증명 발송이나 문자, 카톡 남긴 상황 등)을 상세히 적어줍니다. 계약 당시를 떠올려 어떤 속임수가 있었는지 적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증거로는 계약전후로 나눴던 대화, 녹취, 보증금을 달라고 보냈던 문자, 카톡, 녹취 등이 있습니다.
3. 피해 사실 - 임대인의 행위로 인해 내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임대인은 어떤 이득을 챙긴 건지를 적어줍니다. 피해본 금액을 정확히 적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4. 피해액 정리 - 같은 빌라 사람들과 함께 고소를 진행한다면 위 1,2,3을 각자 상황에 맞게 쓰고 피해액은 마지막에 모아서 한 번 정리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고소장은 임대차 계약서 하단에 적힌 임대인 주소지에 있는 경찰서에 제출하면 됩니다. 고소인으로서 사건이 접수되면 고소인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경찰에서 연락이 옵니다. 이때는 수사관과 내 일정을 조율해 적당한 날을 잡아 출석하고 고소장에 쓰여있는 내용을 토대로 사실대로 진술하면 됩니다. 간혹 고소인임에도 경찰서에 가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고소인은 잘못해서 가는 게 아니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확실히 하기 위해 가는 거니 당당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고소장을 내고 고소인 조사까지 받았다면 피해자로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끝났습니다. 담당 수사관의 연락처를 받고 틈틈이 수사 진행상황을 조회하시면 됩니다. 이후 검찰에 송치됐다면 이때부터 담당 검찰청에 '엄벌탄원서'를 제출해도 좋습니다.
고소의 효과는 돈을 받는데 미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기 친 사람은 응당 대가를 받아야 하기에 고소는 의미 있는 행위입니다. 피해자들 중에는 임대인이 감옥에 가버리면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지니 고소를 꺼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간혹 임대인이 고소 이후 처벌이 두려워 소송 과정에서 돈을 돌려준다던지 하는 일이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하지만 전세 사기의 경우는 그 액수가 너무 크고 피해자가 많아 그런 방법으로 돈을 돌려받긴 어렵습니다. 그러니 우선 저런 파렴치한은 고소부터 해두는 게 사회 정의와 나의 정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다음 편에선 임대인에게 돈을 받지 못했는데 부득이하게 집을 나가야 할 때,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는 안내문을 받았을 때 대처 방법을 적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