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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Oct 18. 2023

그림책의 어떤 다정함 -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 리뷰

그림책 인터뷰를 지속할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동기는, 어떤 작업이라도 모든 그림책은 나의 호기심과 관심을 건드리게는 요소를 한 가지 이상은 반드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영감이 되는 새로운 자극 같은 것. 그건 그림책만 봐서는 알 수 없고 작가와 대화하며 발견되는 종류들이다. 가령 작업을 하게 된 이유라든지 어떤 장면을 왜 특정한 방식으로 작업하였는지에 관한 이야기들. 하나도 같은 것이나 겹치는 요소가 없다. 


인터뷰를 하기 전에는 내심 몇 명의 작가들을 만나고 나면 작업을 하게 되는 방식이랄지 계기라든지 어떤 패턴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하기도 했었다. 그것이 발견될 때쯤 이 인터뷰도 멈추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고. 그러나 그림책 인터뷰를 하는 작가가 세명, 다섯명 거듭될수록 내 예상은 빗나갔고, 이 인터뷰는 내가 멈추지 않으면 멈출 이유가 딱히 없겠구나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이유는 작가들의 작업 동기와 방식에는 어떤 기준을 들이대서 분류하거나 구분할 수 없도록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인데, 짚어 말하자면 모든 작업은 한 작가의 내밀하고 깊은 개인의 목소리에서 비롯한다.


너무 뻔한 결론인가? 하지만 결론을 이렇게 간단하게 쓰는 것과 그 형태가 어떠한지를 알아보는 일은 천지차이일 것이다. 그러니 주목해야 할 건 작가의 목소리가 존재하는 방식이다. 그림책이 되어간 과정, 결과물의 효과. 그 목소리는 크지도 강하지도 않다. 가만히 할 말을 할 뿐, 어쩌면 듣지 못하는 사람은 영원히 듣지 못해도 괜찮다는 듯 희미하게, 그러나 아름답게. 




 

그런데 이런 그림책을 만들어내는 힘이자 바탕에 분명 공통적인 속성도 있다. 그건 바로 이야기를 하는 작가의 태도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토록 다정한 그림책'에서 말하는 어떤 다정함이다.  

어쩌면 ‘다정함'이란 단어는 그림책이란 매체를 가장 정당하게 표현하는 단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책을 만든다는 건 다정함 없이 절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오래 자기 자신을 기다리거나, 적당한 때에 용기를 내거나,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 태도 같은 것. 그래서도 이 책을 보고 싶었다. 


이 책의 공동저자 이상희, 최현미, 한미화, 김지은은 각각 작가, 번역가, 기획자,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10여년이 넘게 그림책 현장을 지켜 온 연구자들이다. 2016년 발간한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 에서는 그림책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그림책의 다정함을 말한다. 


 

이 책은 '내'안에 있는 다정함을 찾아가는 것부터 시작한다. 오늘 나를 힘들게 한 말들, 오랫동안 나를 힘들게 하는 기억들 저편에 분명 존재하는 소중한 시간들을 불러오는 그림책들을 소개한다. 그림책이 불러오는 기억과 추억은 특별한 모습을 하고 온다. 공룡이라는 은유일 때도 있고, 할머니의 식탁에서 나는 밥 냄새일 때도 있고, 오랜 지구의 역사일 때도 있다. 
2장에서는 '나'의 마음을 살핀다. 시무룩한 나, 무기력한 나, 다시는 날아오를 수 없을 것 같은 패배감에 사로잡힌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그림책을 소개한다. 그러면서도 맛있는 게 있으면 나눠 먹고 싶어지는 작은 마음속에 얼마나 큰 다정함이 존재하는지 알려주는 그림책 등을 소개하며, 독자가 스스로에게 더 친절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3장은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그림책 속 주인공들과 함께 뭐든 해보길 권하며 선정한 책들을 실었다. 큰 나무 끝까지 오르고 또 오르는 아기 곰, 수영장에 가기 싫어했던 할머니, 임금님의 심부름이라는 엄청난 일을 맡게 된 돼지, 내일은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 거라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아이까지, 우리의 모습을 담은 인물들이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여준다.
4장에서는 그림책이 가진 본래 모습을 다시 한 번 살펴본다. 1,2,3장을 지나 4장에 이르면 그림책의 다정함이 온몸으로 느껴질 것이다.  
5장에는 저자들이 이 책을 쓴 진짜 '목적'이 담겨 있다. 스스로에게 친절한 사람만이 타인에게 다정할 수 있다. 서로에게 다정해지는 세상을 꿈꾸며,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들을 선정했다. 

-출판사 소개 중에서



이 책에 있는 그림책에 관한 설명 혹은 감상은 나로 하여금 어떤 책이 지닌 다정함의 색깔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다. 사전적 정의와 상관이 없더라도, 그림책의 맥락 안에서 설명이 가능할 다정함의 여러 색깔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아래에 인상적이었던 몇 권의 책과 내가 느낀 다정함이 어떤 종류인지 한 줄로 적어보았다.


- 다정함은, 나를 넘어선 시간을 이해하는 것 : <물냉이>, 안드레아 왕 글 제이슨 친 그림 

- 다정함은, 죽음과 슬픔을 똑바로 보는 것. 떠난 것들을 그리고 남겨진 것들을 : <어느 등대 이야기>, 루이사 리베라 

- 다정함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타인에게 말해주는 것 : <어스름 나라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 다정함은, 어린이가 되는 것 : <빨간 열매>, 이지은


막상 적어 보니 그림책의 맥락은 사라져버려 흔한 문장이 된 듯한 느낌도 있지만, 다정함에 관해 생각할 계기가 그림책이 된 경험과 아닌 것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다정함'이란 키워드는 독자의 감상을 열어줄 아주 좋은 단서임엔 틀림 없는 것 같다. 그림책을 익히 보아 온 독자라도 익숙한 책을 어떤 다정함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기회가 된다면 독서의 깊이가 또 달라질 것이라 예상한다. 그림책에 관심이 있고 그림책에 관한 경험을 넓히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리뷰는 문화예술플랫폼 아트인사이트의 문화초대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https://www.art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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