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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Nov 11. 2023

그림책 키워드 인터뷰 / 여기서는 다 괜찮아

'날씨 상점' 토마쓰리 작가 인터뷰

작가가 자신의 그림책에 어울리는 키워드를 선정하고, 해당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인터뷰입니다.  


#날씨 #고민 #상상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그만 마음들을 모아 이야기를 짓고 그리는 그림 작가 토마쓰리입니다.



‘조그만 마음’이란 무엇인가요?


저에게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영감이자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들이예요. 예를 들면 꽃, 별, 아이, 동물들이 있어요. 작아서 쉽게 지나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경써서 들여다보고 소중히 여기고 싶은 존재들인 것 같아요.



‘조그만 마음’들로 이야기를 어떻게 만드시는지 궁금해요.


어릴 때부터 주변에 있는 것들에 이름을 지어주고 연극하고, 이야기를 만들며 놀았어요. 



이름을 지으면 뭐가 달라지나요?


이야기 짓기가 편해져요. 예를 들어 두루말이 휴지에 ‘김휴지’라 이름을 짓고 조금 생각하면 뒤이어 ‘점점 내가 없어져가! 어떡하지!’ 이런 식으로 바로 이야기가 붙어요. 저는 캐릭터 하나를 그려도 프로필을 다 쓰거든요. 이 캐릭터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성격 등등을 정리하죠. 이 작업을 하면, 마냥 귀엽기만 한 고양이, 토끼, 강아지로 남는 게 아니라 하나 하나가 어떤 이야기를 쓸 수 있는 힘을 가진 캐릭터가 돼요.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드는 일에 타고나신 것 같아요.


작은 것에 감동 받고 이야기를 좋아하는 저의 성향 때문도 있겠지만, 가족들의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해요. 할머니는 자주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어머니도 초등학교 선생님이셔서 그림책을 읽어주셨거든요. 아버지께서 빌려주신 비디오로 애니메이션도 많이 봤고요. 늘 이야기를 보고 들을 수 있는 환경에 둘러싸여 있었어요.   



KEYWORD 1. 날씨


평소 날씨에 영향을 잘 받는 편이신가요?


어릴 때부터 동생과 함께 이야기 짓고 놀기를 좋아했는데요. 특히 날씨를 소재로 이야기 만들고 떠드는 게 재밌었어요. 가령 ‘왜 저렇게 태양은 하루종일 화가 나있고 찡그리고 있을까?’ 궁금할 때도 있었고 비가 많이 오는 날엔 ‘구름이 그만 울 때도 되지 않았나?’ 생각하기도 하고요. 초록색이던 단풍잎이 가을이 되고 붉은 색으로 변하는 것도 놀라웠죠. 시간이 흐르고 날씨와 계절이 변하는 현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특히 어릴 때의 저에게는 그런 현상과 세상이 온통 새로운 발견의 연속이었어요.



그래서 그림책도 날씨를 주제로 만들게 되신 거군요.


처음부터 ‘날씨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야지!’ 생각했던 건 아니예요. SNS에 올린 이 그림 한 장을 보고 출판사 편집자님께 연락을 받았어요. 



사실 그 전부터도 그림책을 만들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여러 출판사로부터 받았었는데, 그림을 오래 그려왔어도 그림책을 만들어본 적은 없기 때문에 처음엔 조심스러운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편집자님께서 저의 그림은 이야기를 이미 갖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용기를 얻고 시놉시스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그림책 작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계절과 날씨의 변화는 반복되잖아요. 어릴때 받았던 영감과 감성을 성인이 된 지금까지 오래 유지해오셨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져요.


아무래도 입시 준비할 때나 대학생이 되어 과제에 치이는 삶을 살 땐 그런 감상이 시들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캐릭터를 만드는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갔을 때 다시금 그때의 영감이 되살아나는 걸 느꼈어요. 오랜만에 손그림도 다시 그리고 캐릭터를 만들다보니 저절로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당시 출퇴근 시간도 꽤 길었었는데, 그 길에 그릴 수 있는 그림을 그리면서 작은 수첩에 손바닥만한 크기로 그림을 그렸어요. 그때 그린 그림들이 쌓여서 저의 그림책에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KEYWORD 2. 고민


두번째 키워드는 조금 의외예요. 이 그림책과는 어울리지 않는 무거운 단어처럼 느껴져서요.


어릴 때부터 어떤 고민을 얘기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무섭고 어려웠어요. 제가 가진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놨을 때 냉담한 반응을 마주해야 했거든요. 고민을 털어놓으면, ‘오그라든다’든지, ‘그런 고민 할 시간에 공부나 하라’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성장하면서 제 고민을 타인에게 말하고 해결받을 기회가 부족했다고 느껴요.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느끼는 종류가 다르고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상대의 그런 점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고민도 마찬가지고요. 


어린이들의 고민과 생각이 쓸모의 유무를 판단받기전에 재밌는 꿈으로 커지고 자라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어른들도 아이들의 고민을 터무니없는 것으로 넘기지 않고 들어줄 수 있길 바라며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어요.



날씨 상점의 주인인 ‘두두지씨’가 그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요.


맞아요. 여러 동물들이 두두지에게 자신의 고민을 들고 오는데, 두두지씨는 ‘그런 고민을 왜 하냐’는 말 따위는 하지 않죠. 그저 덤덤하게 듣고 조용히 해결책을 제시할 뿐이예요. 예를 들어 몸이 커다란 코끼리가 숨바꼭질에서 불리한 건 어찌보면 너무 당연하잖아요? 하지만 두두지씨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동물들의 고민을 ‘날씨’와 관련된 아이템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기발하고 재미있어요.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전개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날씨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 현상을 하나씩 차례로 정리했어요. 그리고 편집자님과 얘기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켰어요. 그리고 레이아웃에도 신경을 썼어요. 동물들이 가져오는 각각의 문제가 해결되는 부분은 더 환상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꿈 같은 느낌이 들도록 프레임을 의도해서 디자인했는데, 알고 보시면 더 재밌을거예요.



마지막에는 두두지씨가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는데도 동물들이 말을 듣지 않아서 온통 마을이 눈으로 뒤덮이잖아요. 결말을 이렇게 만든 이유가 있나요?


이 책을 보는 아이들이 자신의 고민이 무엇이든 해결받을 수 있다는 용기와 안정감을 갖게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실수하거나 일의 결과가 좋지 않아도 괜찮다고도 말해주고 싶어요. 결말에서 동물들이 실수를했지만, 결국 또 두두지씨는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요. 최악의 절망은 없으니 아이들이 갖고 있는 고민이 무엇이든 마음껏 털어놓고 자유롭게 꿈을 키워갔으면 해요.




KEYWORD 3. 상상 


비현실적인 세계를 말이 되게, 가능하게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작가의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상상하는 능력이 선물,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런 상상력 때문에 더 재미있게 살 수 있었거든요.



귀여운 그림체뿐 아니라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색감도 상상이 마음껏 펼쳐지는 이야기와 너무 잘 어울려요. 의도하신 거겠죠?


저는 제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의 온도를 색으로 정해서 혼합해서 쓰곤 하는데요, 이 책을 작업할 때는 베이지색을 모든 색에 조금씩 섞어서 썼어요. 분홍색도 밝고 발색이 형광빛에 가까운 색을 썼고요. ‘기분이 좋아지는 색은 뭘까’ 생각하며 작업한 결과예요.



이토록 비현실적인 세계와 이야기지만, 푹 빠져서 읽게 되더라고요. 아마 어른들이 이 그림책을 보며 느끼는 자유로움이 아이들이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종류가 아닐까 생각해요.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수록 세상을 현실적으로 보게 되잖아요. 근데 그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부분도 있어서 이 책을 보면서 ‘맞아, 불가능해도 내가 원하는 게 사실은 이런 거였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셨군요. 제가 이 그림책에 줄곧 해오던 상상을 선물처럼 넣어 놓고 싶었던 마음이 전달된 것 같아 기쁩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깜짝 선물을 받는 기분을 느끼셨으면 해요. 앞으로 제 책을 보게 되실 독자분들이 제 그림을 보고 각자 자신만의 상상을 하면서 그림책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책에서 베스트 한 장면과 이유를 설명해주신다면요?


날씨 상점은 볼 때마다 베스트 장면이 바뀌는 것 같지만, 그래도 하나를 뽑는다면 이 장면이에요.



저는 무서운 꿈, 힘든 꿈을 어릴 때부터 많이 꾸었어요. 그래서 행복한 꿈이 너무 소중해요. 이 장면은 작업하면서 ‘모두 재밌는 꿈 꿔라~ 행복한 꿈 꿔라~ 하면서 그렸어요. 특히 요즘같이 열대야가 심한 날에 꼭 필요한 꿈인 것 같아요.  


토마쓰리 작가



그림책 재료로 어떤 걸 사용하시나요?


펜과 수채화를 사용했는데요, 사용하면서 가장 재밌어하는 재료들입니다. 펜은 제가 버스 안에서 그림을 그릴 때부터 쭉 함께 해온 재료이어서 두려움없이 흰 종이 위를 요리조리 옮겨 다니며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주었어요. 그리고 수채화 물감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재료에요. 왜냐하면 물의 양, 붓의 각도,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 수채화 물감이 번지는게 다르거든요. 제가 펜으로 만든 세상에 수채화 물감으로 생각도 못한 결과가 펼쳐지는 게 재밌고 흥미로워요. 그래서 이번 <날씨 상점>도 마치 놀듯이 즐겁게 작업했어요. 주위 동료 작가분들이 다들 제 그림책을 보시고 ‘신나게 그렸네!’라고 말씀해주셔서 더 뿌듯해요.  



주로 작업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예전에는 비디오와 책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었는데, 방 안에 앉아서는 얻는 아이디어가 한정적이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산책하면서, 여행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와요. 3년 전에 호수가 가까운 동네로 이사를 왔는데, 자연에게서 받는 아이디어가 이렇게 크고 다양한지 몰랐어요. 그림이 풀리지 않거나 그리고 싶은 것이 없을 때엔 가볍게 옷을 입고 호숫가를 한바퀴 두 바퀴 돌아요. 그러다보면 호숫가에 있는 오리, 다람쥐들이 제 작업 메이트가 되어 주거든요. 그려야할 걸 알려주는 느낌이에요.  



작업을 하며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무엇인가요?


제 세상이 있다는 것이 좋은 점이에요. 이 흰 종이 안에 제가 좋아하는 것, 보고 싶은 것만 담아요. 그래서 밖에서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종이 앞에 앉으면 편안해져요. 이번 그림책 작업할 때도 제가 쓴 글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다보니까 어느 작업 때보다 편안히 재밌게 작업했어요. 

나쁜 점은 시간이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인데요. 그림이 그려지는 시간이 유동적인 편이라 더 그런 것 같아요. 새벽에 잘 때도 초저녁에 잘 때도 있어서 요즘은 ‘이러면 안 되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작업 시간과 자는 시간은 정해놓고 생활하려고 노력중입니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작업하는게 목표이거든요.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는 작가가 되고 싶은가요?


‘사이좋은 친구’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제 그림에서는 커다란 메시지나 뜻을 찾는 것보다 귀여운 친구를 찾는게 더 쉬우실 거예요. 앞으로도 부담없이 편한 친구같은 그림을 작업할 거예요. 그 친구들이 독자분들과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도록 꾸준히 좋은 작업을 보여 드리는 작가가 되는 것이 큰 목표거든요.


영상과 조형같이 다른 영역으로도 재밌는 작업을 보여드리는 작가가 되고 싶은 것도 목표 중 하나입니다. 제 인스타그램 계정을 오래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여러가지를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사람이어서 애니메이션도 하고 점토로 조형 작업도 하거든요. 앞으로도 멈춰있지 않고 연구하고 작업을 즐기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좋아하는 그림책 한 권 추천해 주세요. 


한 권만 뽑기는 너무 어렵지만, 볼프 에를부르흐 작가님의 <내가 함께 있을게> 책을 골라봅니다. 처음 이 그림책을 만났을 때가 아직도 생생해요. 그림책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1에서 3까지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만나고서는 100까지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도 저는 이 그림책을 자주 보는데요. 볼 때마다 좋아요. 저도 볼프 에를부르흐 작가님처럼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 드리고 싶어요.  



작가님의 다음 작업은 어떤 그림책이 될까요? 


바로 다음 책도 지금 열심히 준비중인데요, 날씨 상점의 세계관을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다른 주제가 있는 이야기 입니다. 날씨 상점에서 만났던 반가운 얼굴, 그리고 새로운 얼굴 모두를 만나보실 수 있는 책이 될 거예요. 날씨 상점의 두두지가 그러했듯이 따뜻한 마음과 색깔로 꽉 채운 그림책을 만들도록 노력하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나에게 그림책이란? 


거창한 표현인 것 같아서 조금 부끄럽지만, 정말 ‘운명’같아요. 요즘에 작업하다가도 곰곰이 생각해요. '내가 그림을 그려온 이유가 그림책을 만나기 위해서였지 않을까?' 라고요. 그림과 이야기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어린이였던 제가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서 또 다른 어린이들에게 제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다니. 그 친구들이 자라서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드는 것을 가끔 상상해봐요. 그렇게 이야기들이 가득차게 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따뜻한 세상에 조그맣게라도 보탬이 되는 좋은 작가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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