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름다운 사진, 그리고 사진집을 만나고 싶다면

전시 '포토북 속의 매그넘' 소개

by 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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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잘 모르지만 사진집 보는 건 좋아한다. 그래서도 사진집을 볼 때 사진 하나하나를 감상하기 보다는 책 자체의 만듦새에 더 집중해 보곤 한다. 예를 들어 어느 종이에 어떤 방식으로 인쇄했는지, 인쇄된 사진 크기는 책 크기의 얼마만한 비율로 들어가 있는지 등의 목록에 주목한다. 이외에도 살펴보는 부분을 더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사진의 흐름은 어떤지, 예를 들어 풍경 사진이 계속해서 반복되는지, 아니라면 인물 사진도 간간히 등장하는지, 흑백 사진과 컬러 사진이 섞여 있는지, 흑백 사진으로만 되어 있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등. 책을 하드커버로 만들었는지, 무거운지 가벼운지, 겉싸개는 어떤 모양인지, 표지 색깔의 의미는 무엇인지까지 파고 들면 궁금증은 끝이 없다. 물음에 답하는 시간에 비례하여 사진집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그만큼 커진다.


어느 사진집 전문 출판사에서 여는 클래스도 종종 듣는 편인데, 거기서 들었던 가장 인상적인 말이 있다. 바로, “사진사에서 중요한 사진들은 대개 사진집을 통해 소개되었다.”는 것. 이유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만큼 사진은 낱장보다 사진집이라는 특정하고 묵직한 기획의 토대 위에서 소개될 때 진정한 가치를 얻는다는 의미이지 않을까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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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북 속의 매그넘 1943-2025> 전시명을 처음 접하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단어는 역시 ‘포토북’이다. 그리고 ‘매그넘’의 정체가 1947년 창립된 세계적인 사진가 협동조합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라는 건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총 6개의 파트로 나뉜다. 첫 번째, 두 번째 파트는 매그넘의 창립부터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을 기록한 사진 위주로 소개한다.


전시에서 특히 관심있게 본 파트는, 포토북이 하나의 중요한 예술 형식으로 자리잡은 2000년대 이후를 보여주는 세 번째 파트부터였다. 책의 만듦새를 얼핏 봐도 차이가 확연했다. 첫 번째, 두 번째 파트에 진열된 책들은 흔히 생각하는 가장 보통의 형식인 코덱스북이었다면, 그 이후부터는 책의 판형이나 제본 방식이 다양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코디언 형태의 북을 고무줄로 묶거나 하나의 시리즈를 각기 다른 판형인 세 권의 책으로 기획한 경우도 있었다. 한 권의 사진집인데 내지 종이는 서로 다른 두께와 질감으로 만든 책도 있었다. 모두 사진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책의 물성으로도 표현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였다. 2000년대 이후에는 책을, 단순히 콘텐츠를 담는 그릇이 아니라 사진에 담은 이야기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결정적인 매체로 바라보려는 노력과 실천이 활발해진 것이다. 그러한 배경에서 만들어지는 책들은 당연히, 크기와 두께 디자인, 인쇄 방식 등 어느 하나 같은 것 없이 모두 다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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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서는 사실 투명한 끈에 묶여 표지와 정보만 확인할 수 있는 섹션에서는 아쉬움을 삼키느라 힘들었다. 책을 열어보지 못하게 할거라면 포토북 전시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전시된 책들의 일부는 리딩룸에서 볼 수 있었다.


이런 전시에서는 취향에 맞는 작가를 한 명만 알게 되어도 수확이 큰 편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이번에 아주 인상적인 작가를 알게 되어 기뻤다. 리딩룸에서 그레고리 할펀Gregory Halpern의 사진집을 보자마자 빠져들었다.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기는 힘들다. 그저 매혹되었다. 그래도 설명하자면 사진집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개인적인 취향에 딱 맞았기 때문인 듯하다. 사진 하나하나에 관한 흥미는 사진집 자체보다 덜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사진집이 전달하는 분위기가 좋았어서 반대로 사진 하나 하나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달까. 사진집이 사진의 분위기를 따라 기획되는 것이라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사진집을 ‘잘’ 만들기도 쉬운 일이 아니며 이런 작품을 발견한 순간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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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색감으로 눈길을 끈 사진집도 있었다. 한쪽에 두 개 국어로 적힌 글도 인상적이었다. 두 명의 사진작가의 작품을 담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온 기획이라 이해할 수 있었는데, 같은 내용을 두 개의 언어로 확인하는 레이아웃 디자인과 기획이 독특하게 느껴졌다. 특히 궁금했던 건 판형이다. 이렇게 길쭉한 사진집을 만들려면 사진가는 길쭉한 사진들만 선별했을까? 아니면 비율이 다른 사진 중에서 이 판형에 맞게 자른 사진들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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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책은, 한 권에 7장의 사진만 담긴 사진집이다. 스리랑카에 남아있는 식민지 시대의 흔적들을 정물 사진으로 담았다. 약 20페이지가 안 되기 때문에 아주 얇은데, 그 두께는 충실한 컨셉에 기반하여 비롯한 결과라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다. 아주 많은 사진을 꽉꽉 채운 보통의 사진집과는 다른 두께와 무게를 가지게 된 이유와 목적이 너무나 명확했기 때문이다. 작업을 보며 이토록 명쾌한 즐거움을 느끼는 경우가 드물다. 새롭다는 건 그만큼 흔하지 않다는 뜻이며, 그만큼 시도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반증일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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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책, 그리고 사진책 이 셋 중 하나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픈 전시다.


*문화예술 플랫폼 아트인사이트의 문화초대로 작성한 글입니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6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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