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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단 Apr 10. 2024

첫 학기는 한 과목만 해요

방구석 미국 석사 챌린지 Episode2

2024년 봄학기로 UT Austin 온라인 석사 과정(MSCSO)을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다니는 대학원은 어떤 느낌일까? 수업은 언제 어떻게 듣고, 프로젝트는 누구와 어디서 진행할까? 수많은 물음표들과 함께 1/16일 대망의 첫 학기가 시작됐다.


1. 수업은 어떻게 진행될까?

MSCSO 수업은 녹화 강의로 제공되며 "edX"라는, MIT와 하버드에서 공동 설립한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사용한다. (그래서 하버드와 MIT 교수님들의 초고퀄 강의도 edX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다만 과제 제출이나 토론 등은 edX가 아닌 별도 플랫폼을 사용한다. edX는 mobile application도 제공하므로 PC뿐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등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강의를 들을 수 있다.



2. 매주 약 2~3시간 분량의 수업이 edX 플랫폼에 업로드된다.

강의 시간은 클립당 짧게는 15분에서 길게는 1시간 정도다. (한 번에 여러 클립이 업로드된다) 영어 자막이 제공되기 때문에 reading, listening이 입맛에 맞는 신토불이(신나는 토요일 불타는 이 밤 아님) 한국인이라면 어렵지 않게 강의를 따라갈 수 있다.


3. 과제, 퀴즈, 시험 등은 "Canvas"라는 온라인 학습관리 시스템에서 진행된다.

수강하는 과목별로 Canvas Dashboard가 생성되며 과제 제출 및 채점, 퀴즈 등 이 모두 여기서 진행된다. 또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 Canvas의 Group기능을 활용해 (자율적으로) 팀을 꾸려 진행해야 한다.


4. 공지사항 및 질의응답, 토론은 "Ed Discussion"이라는 온라인 토론 및 협업 플랫폼에서 진행된다.

앞선 3개의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거나 프로젝트 결과물을 업로드하는 역할이었다면 Ed Discussion 게시판은 양방향 소통의 장이다. 이곳에서 같은 과목을 듣는 학생들끼리 토론을 하기도, TA 또는 교수님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며 과목별 공지사항도 Ed Discussion 게시판에 올라온다.


5. 실시간 정보 공유는 "Discord"

1~4는 UT Austin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교육 리소스다. 그러나 대학원생이라면 마땅히 교수님과 조교 호박씨를 까며 원생들끼리의 친목도보(?) 및 정보 교류의 장이 필요하다. 이러한 목적으로는 Discord를 활용한다. 수강생끼리 과제에 대한 질문도 하고, 유용한 자료와 팁을 공유한다.  가장 많이 올라오는 글은 넘사벽 난이도의 프로젝트를 겪으며 절로 나오는 푸념들이긴 하지만.


6. 수업 품질은 "매우 만족"

이 부분은 사실 과목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다. 이제 한 과목 2/3 정도 들은 내 입장에서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는 "매우 만족"이다. System Software Engineer로 현업에서 10년 넘게 일한 내 기준으로 봐도 프로젝트 난도는 높은 수준이며 강의의 깊이와 넓이 모두 상당하다. 그래서 재밌다. 어떨 때는 다음 주 수업이 너무 기다려질 정도다.


7. 일주일에 10시간 이상 투자한다

나의 경우 매주 강의를 듣고 이해하고 정리하는데 약 3~5시간, 프로젝트에 5시간 이상을 투자했다. 주마다 편차야 있지만 평균 10시간 정도는 쓰고 있다. 학부 시절에는 20대 초반의 강철 체력으로 부족한 머리를 몸으로라도 때울 수 있었지만 이제 몸도 심지어 머리도 예전만 못 하다. 가족까지 돌봐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시간/체력 관리가 매우 중요해졌다. 주 평균 근로 시간이 50시간 이상인 도비의 삶을 사는 내게 한 학기에 2과목은 언감생심인 듯하다.


8. 시험은 오픈북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목마다 시험을 치고 감독하는 형태가 다르다. 어떤 과목은 별도의 감시 체계 없이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과목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과목은 시험을 치는 동안 녹화를 해서 Canvas에 업로드해야 한다고 한다. 내가 듣는 과목은 A4용지 1장만 미리 써서 활용 가능한 온라인 시험이었는데, 감독관이나 녹화 등의 제약이 없어 사실상 오픈북 테스트나 다름없었다. 처음엔 Chat GPT 등을 써서 공부 안 한 사람들도 잘 받는 거 아냐?라는 생각을 했지만 여느 오픈북 평가와 마찬가지로 난도가 높고 문항이 많아 하나하나 빠르게 풀어야 간신이 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었다. (TOEFL 공부할 때 Writing 더 열심히 했어야 했음)


9. 팀 프로젝트는 time zone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온라인 과목이라 수강생이 많다. 기본적으로 100명 이상이다. 그러다 보니 개인과제보다는 그룹 과제를 내주는 것 같다. 내가 듣는 과목은 반드시 3~4명이 한 팀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한다. 같은 팀원이 되면  자주 대화하고 온라인상에서 모일 일이 잦은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time zone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게 된다. 예를 들어 미국 서부/중부/동부 시간, 한국 시간, 인도 시간, 대만 시간 이런 식이다. 앞으로도 대만, 싱가폴,  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 친구들과 많은 그룹 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10. Office Hour는 Zoom으로

교수님의 강의나 프로젝트에 대해 질문이 있는 경우 조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Office Hour에서도 물어볼 수 있다. 각 과목별 TA들은 Ed Discussion과 Canvas에 향후 Office Hour 스케줄을 미리 공지해 준다.


11. 각종 프로그램 라이선스 지원

Microsoft Office, Overleaf 등 프로젝트 진행에 필요한 필수 도구들의 경우 학교 라이선스를 제공해 준다. 또한 UT Austin은 Gmail을 기본 메일로 사용하기 때문에 입학하게 되면 새로운 google account 생성이 필요하다.


UT Austin이 온라인 석사 과정을 시작한 지 이제 5년 정도 지나서인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강의 수준도 높고, 클립도 주제 단위로 잘게 쪼개져 있어 속도 조절하고 정리하기에 편하다.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과 교수진의 실력도 훌륭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Chat GPT 등 고성능 AI의 도움으로 어렵고 방대한 주제를 빠르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Georgia Tech의 OMSCS도 온라인 학습 여건은 크게 다르지 않다.(사실 미국 온라인 석사 코스들이 모두 비슷한 인프라로 운영 중인 듯하다). 이런 부분까지 고려하면 온라인으로 석사를 공부하는 것이 교실에 앉아 듣는 것보다 훨씬 밀도 있게 시간을 쓴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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