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소비, 그리고 행복의 비밀
한국인에게 숫자 3은 각별하다. 게임도 삼세판, 기회도 삼세번. 이뿐이랴, 작심도 '삼일'이고 여든까지 가는 습관도 '세 살'때 형성된다. 술자리에 뒤늦게 오는 사람은 벌주로 '세 잔'을 마셔야 한다. 후래자 삼배의 기원은 통일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나.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현상이 우리나라나 동양 문화권에 국한된 건 아니란 점이다. 서양 또한 '세 가지로 이루어진 모든 것은 완벽하다'는 격언이 있다니 3의 위용은 실로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알라딘의 지니는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며 삼총사, 곰 세 마리, 아기 돼지 삼 형제 등등 증거는 넘친다.
이처럼 '3'이라는 숫자가 문화와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인간의 뇌가 정보를 그룹화하고 패턴을 인식하는 데 최적화된 방식이기 때문이다. 두 개보다 안정적이고, 네 개 이상보다 기억하기 쉬운 이 '마법의 숫자 3'은 효과적인 소통의 핵심 원리로 자주 이용된다.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선 '3의 법칙(Rule of Three)'이라고 불리는데, 정보를 '세 가지'로 묶어서 전달하면 가장 효과적이고 기억에 잘 남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성공적인 슬로건들을 보면 "Just Do It(Nike)", "I'm lovin' it(McDonald's)", "Impossible is nothing(adidas)"과 같이 세 단어로 운율과 힘이 있게 전달하여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슬로건뿐 아니라, 많은 강연이나 책들도 핵심 정보를 세 가지로 압축하여 청중과 독자에게 전달한다.
나 역시 살면서 수많은 '세 가지' 들과 마주했다. 그것들은 개인이나 단체가 어떻게든 세상에 전달하고 싶은 정보의 정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식, 담임 선생님은 성인으로서 넓고 험한 세상으로 나아갈 제자들에게 세 가지를 강조하신다.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내가 하고, 언젠가 해야 한다면 지금 하고, 어차피 할 거라면 최선을 다하라"라고. 주례 선생님은 신랑 신부가 누구보다 행복하길 바라며 세상에 없는 세 가지에 대해 전한다. '정답', '거짓말' 그리고 '공짜'다. 자신의 생각과 방향만이 정답이고 다른 의견은 틀렸다는 분별심, 순간의 창피함을 모면하고자 하는 거짓말, 그리고 아무런 노력 없이 쉽게 얻고자 하는 마음은 두 사람의 관계에서도 결코 존재해선 안되기 때문일 것이다.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니. 얼마나 편리하고 소중한가! 인류애가 넘치는 이 세상에는, 자신의 유한한 삶을 통해 얻은 지혜를 동시대 사람들과 후대에게 전하기 위한 수많은 세 가지가 존재한다. 나는 그것들 중 내 삶에 가장 도움이 된 세 가지를 뽑았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사람과 소통하게 되고, 어떤 관계든 결국 그 관계를 이루는 말과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말하기"는 관계의 문을 여는 열쇠이자, 한 순간의 실수로 그 문을 닫을 수 있는 위험한 도구이기도 하다. 진실하고, 필요한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친절하게" 말하는 것이다. 친절한 말은 진실이나 필요성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게 하고, 따뜻한 관계로 이어주는 힘을 갖고 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 세상이다.
좋든 싫든 우리는 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다. 이 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소비를 강요당하며 살아간다. 현명한 소비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나의 내면과 성장을 위한 투자인지, 그리고 내 삶에 즐거움을 가져다주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으며 판단해야 한다. 이렇게 세 가지의 질문을 통해 우리는 충동적인 소비를 넘어 진정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짝꿍이 전한 지혜를 공유한다. 격앙된 순간, 우리는 종종 생각 없이 나오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기도 한다. 들불처럼 번진 부정적인 감정이 배설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말들은 상대방을 상처 입히고, 결국 관계를 무너뜨리곤 한다. 그러나 잠시 멈추고 세 번째 말을 선택하는 순간,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서로의 관계를 지켜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