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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꽁꽁

영어토론시간

by 조이제주

가장 힘들었던 건 토론시간이다. 영어통번역학부 1학년 토론수업은 교과서도 없다. 하,, 어떤 기사 영상을 하나 보고나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눈다. 사람들은 손을 들고 발언권을 얻어서 자기 생각을 소리내어 말한다. 의아함이 들거나 의문점이 있어도 손을 들고 공개적으로 말을 한다. 교실 전체가 토론장이 되어서 자유롭게 의견을 말한다. 물론 발언을 많이 할수록 눈에 띄고 점수를 잘 받는다. 멍석을 깔아주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누가 보면 입을 꽁꽁 틀어 막은 줄 알 것이다. 고등학교 때까진 모든 학생들이 칠판을 보고 앉아있었는데 이 교실은 이상하다. 의자를 돌려 원 모양을 그리고 있다. 고개를 돌려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듣는다. 이 적극적인 분위기에 적응하기부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Yea.. I agree 라고 한 마디 하기도 한참이.. 걸렸다. 혹시 내 영어가 이상하지 않을까 거듭 부끄러워진다.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했다고 Sorry? 하고 되물으면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다. 따지고보면 뭐 죄지은 것도 아닌데.. 목소리를 내기가 이렇게 창피할 일인가. 겨우 겨우 꺼내는 한 마디는 모기목소리였다.


마음 속에 똑딱똑딱 초시계를 품고서 수업에 갔다. 매 시간이 피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중간, 기말고사 기간이 되면 해탈한 사람처럼 도를 닦는다. ’내가 공부를 아무리 한들 저 친구들을 이길 수 없다‘ 라는 생각에 입을 꾹 다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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