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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의 1학년 1학기는 모든 것이 새롭다. 고등학교 때까진 영어 수업시간에 영어 교과서, 모의고사 지문으로만 공부를 했다. 그런데 대학교는 수업시간과 일상의 경계가 없다. 하루 왠종일 영어가 들렸다. 문제는 정말 모든 것이 영어라는 것이다. 심지어 출석을 영어로 부른다. 당황스럽다.
수업시간이 되면 원어민 교수님이 들어온다. Good morning 하더니 출석을 부르기 시작한다. 강의실에는 2~30명의 사람들이 있고 누가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벌써부터 창피함이 앞선다. 출석부는 한글이름 순이다. 김씨니까 고씨, 강씨, 다음에 김씨 차례다. 점점 내 차례가 가까워지고 .. Kim Joohee 하고 내 이름이 들린다. 타이밍 맞게 손을 들고 대답을 해야하는데 이게 왜이렇게 힘든지. 하.. 조용히 땀을 흘렸다. 마음 속으로는 ‘here’ 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입 밖으로 소리가 안 나온다. 마음은 굴뚝같은데 정말 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렇게 정적과 함께 결석처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