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가 지금 링딩동 때문에 미쳐 죽겠는데 글을 쓰라고요?"
민지가 처음 들은 조언이 바로 글쓰기였다. 글쓰기?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머릿속에서 음악 콘서트가 열리는데, 그걸 글로 써서 어쩌라는 거지? 국어 시간에 빨간펜 맞아가며 쓰던 그 글쓰기를 말하는 거면 차라리 링딩동이랑 한판 붙겠다 싶었다.
노래든, 잡념이든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의도하지 않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고, 그 감정들이 공부를 방해한다. 그냥 참는 것도, 없애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럴수록 우리는 감정을 적으로 대한다. 조용히 하라고 윽박지르거나, 못 들은 척 밀어내려 한다. 하지만 감정은 눌린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다. 집중하려면 더 크게 울리고, 무시하려면 더 또렷해진다.
감정은 없애야 할 소음이 아니라, 읽어야 할 신호에 가깝다. 문제는 감정이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데 있다. 우리는 앞의 ‘떠들어, 떠들어!’ 편에서 '감정을 정확히 말로 꺼내는 것만으로도 뇌에 변화가 일어난다.'라고 배웠다. 그러나 글쓰기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
글쓰기는 느리고 정교한 과정을 요구한다. 엉망진창으로 널브러진 감정의 파편들을 문장이라는 질서 속에 박제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담당하는 배외측 전전두엽이 강하게 자극받기 때문이다. 이는 스마트폰 중독이나 잡념으로 인해 마사지를 받듯 잠들어 있던 뇌를 깨워 능동적인 사고 상태로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감정 글쓰기는 긴장을 논리적 사고로 변모시킨다. 감정 글 몇 줄 쓰는 것만으로 막연한 불안이 구체적인 문장으로 정리된다. 머릿속을 차지하던 감정이 종이 위로 옮겨가면서 뇌의 작업 공간(작업기억)이 비워진다. 작업 공간이 비워지면 생각이 제자리를 찾는다. 문제에 쏟을 집중력이 살아나고, 판단은 또렷해진다. 감정에 빼앗겼던 에너지가 사고로 돌아온다.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재밌는 실험을 했다. 대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사전에 긴장과 압박을 준 후 시험을 보게 했다. 시험 보기 전 10분 동안 A그룹은 그냥 조용히 앉아 있기. B그룹은 시험 앞두고 느끼는 불안한 감정을 글로 쓰기, C그룹은 시험이랑 상관없는 걸 글로 쓰게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A그룹과 C그룹은 긴장과 압박 때문에 점수가 7%나 떨어졌다. 근데 B그룹, 즉, 불안한 감정을 글로 쓴 그룹은 긴장과 압박 속에서도 오히려 점수가 4%나 올랐다!
대박! 11% 차이다. 수능에서 11%면 등급이 확 달라질 수 있는 점수다. 감정 글 몇 줄 쓰는 것만으로!
왜 이런 마법이 일어날까? 우리 뇌에 두 개의 팀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감정을 만들어내는 팀. "아 짜증 나! 링딩동 또 나와!", "시험 망치면 어떡하지?", "엄마한테 혼날 것 같아!"라고 소리치는 애들. 그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팀. "잠깐, 진정하고 차분히 생각해 보자"라고 말하는 쿨한 애들.
문제는 감정 팀이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대면 이성 팀이 일을 못 한다는 거다. 머릿속이 온통 "링딩동~ 링디기딩디기딩딩딩~"으로 가득 찬 상태에서는 수학 문제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그런데 글을 쓰는 순간 이성 팀이 작동한다. "음, 내가 지금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끼고 있지? 이걸 어떻게 말로 표현하지?"라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이성적 뇌가 깨어난다. 그러면서 시끄럽던 감정 팀이 조금씩 조용해진다. 마치 난장판이던 축제장에 경찰이 들어와서 "자, 한 명씩 나와서 할 말 있으면 해 봐"라고 하는 거랑 비슷하다. 그러면 다들 조용해진다. 글쓰기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그럼 어떻게 연습할까? 방법은 감정 말하기와 비슷하다.
1단계: 환경 만들기
책을 덮고 책상을 치우자. 책상 위에는 노트 하나, 펜 하나만 남기고 다 치워버리자. 핸드폰도 가방 속 깊은 곳에 묻어버리자. 아니면 부모님한테 맡기든지.
"아, 핸드폰 없으면 불안한데?" 그래, 살짝 불안하다. 근데 그 불안감도 나중에 글로 쓸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온도는 약간 시원하게. 너무 따뜻하면 졸음이 온다. 창문 살짝 열어서 신선한 공기 좀 들어오게 하자. 준비됐으면 시간을 정하자. "지금부터 20분 동안은 오로지 글만 쓴다!"
2단계: 멈추고, 펼치고, 쏟아내라
1) 마구 쓰기
빈 노트를 펼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적는다. 머릿속에 맴도는 노래, 계속 반복되는 특정 구절, 이유 없이 스치는 장면들. 긴장, 두려움, 지루함, 불확실성, 짜증, 무기력. 감정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다. 크고 작음도 따지지 않는다.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싶은지, 왜 이런 감정이 올라오는지, 그 원인이 나에게 있는지 외부에 있는지도 함께 적는다. 단어만 나열해도 괜찮다. 문장이 어색해도 상관없다. 논리는 잠시 내려둔다. 머릿속을 떠다니는 잡생각과 감정을 종이 위로 끄집어내는 것만으로도 뇌의 과부하는 줄어든다.
링딩동, 짜증, 답답, 머리 멍, 집중 안됨, 망함, 불안, 시험, 엄마, 걱정... 또는 긴장, 두려움, 지루함, 불확실, 짜증, 무기력 — 모든 감정을 빠짐없이 적는다.
목적은 단 하나, 머릿속을 비워 종이 위에 펼쳐놓는 것이다.
2) 디테일의 힘
― 이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써보자. 구체적으로 쓸수록 객관적으로 보인다.
“링딩동이 들려요.”라고만 쓰면 너무 뻔하다.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상황을 묘사해 보자.
링딩동이 들리는데, 링디기딩디기딩딩딩 부분만 반복돼, 마치 고장 난 스피커처럼. 신기한 건 박자가 정확해서 나도 모르게 박자에 맞춰 펜을 두드리고 있어.라고 구체적으로 써보자.
극단적 예시도 괜찮다
“수학 문제가 안 풀려요”를 “수학 문제를 보고 있는데 숫자들이 춤을 춰. 2, 3, 5가 링딩동 리듬에 맞춰서 막 뛰어다녀. 미친 거 아니야? 나 진짜 정신과 가야 하나?”라고 구체화하자.
구체적으로 묘사하면 할수록, 그 감정과 상황을 제3자처럼 관찰하게 된다.
“아, 내가 지금 이런 상태구나.”
이것이 자기 관찰(Self-Observation)의 시작이다.
3) 내 몸과 마음의 '실시간 상태창' 확인하기
감정이 일어났을 때 내 신체 반응과 행동도 함께 옮겨보자.
어떤 소리가 들려? "링딩동에 트로피카나 광고 음악이 섞여서 들려. 대환장 파티야."
어떤 느낌이 들어? "머리가 멍해. 눈은 책을 보는데 뇌는 따로 노는 기분. 내 머리가 나한테 배신 때린 같아."
몸의 반응은 어때? "어깨가 뭉치고 손에 땀이 나. 목도 뻐근하고. 시험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긴장하지?"
지금 기분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무기력. 하루 종일 앉아 있는데 한 페이지도 못 넘긴 나 자신에게 화가 나."
4) 질문으로 나를 흔들어 깨워보자
이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왜 이런 감정을 느끼지? 방금 충동은 무엇이었지? 스트레스의 정확한 이유는 뭘까? 내가 피하고 있는 건 무엇일까?
질문은 나를 감정 한가운데서 한 발 물러나게 만든다. 그때 비로소 나는 내 상태를 관찰하는 사람이 된다.
감정을 알아차렸다는 건 이미 첫걸음을 뗐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은 원인도 모른 채 문제에서 도망치려 한다. 그럴수록 문제는 더 복잡하게 얽힌다.
무엇을 배웠는지, 배운 것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같은 성찰적 질문까지 가지 않아도 좋다. 지금은 생각을 한 곳으로 모으는 과정이다.
3단계 종합: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세 가지를 기록하라
2단계를 끝냈으면 이제는 합쳐보자. 마구 쓰고, 자세히 쓰고, 몸과 마음의 변화를 쓰는 것을 종합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1) 작은 이야기를 기록하라
에피소드라고 해서 아주 놀랍거나 재미있는 일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기록하는 건 지극히 일상적인 하루니까 말이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일상에서 일어났던 작은 일들을 기록해 보자. 꼭 내가 주체가 되는 사건이 아니어도 괜찮다.
오늘 학교 가는 길에 뭘 봤지? 편의점 아저씨가 하품하는 거? 길에 떨어진 은행잎? 버스에서 졸고 있던 할머니?
그거 적자.
"오늘 버스 타고 가는데 어떤 할머니가 장바구니를 무릎에 올려놓고 졸고 계셨어. 장바구니에서 파 냄새가 났어. 할머니는 새벽 시장 다녀오시는 걸까? 나는 수능 공부한다고 힘들다고 하는데, 저 할머니는 새벽부터 일어나서 장 보러 가셨겠지."
2) 감정을 기록하라
별것 아닌 일에도 우리는 다양한 감정을 품을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구체적으로 뜯어보지 않고 "짜증 나", "웃기네" 등의 말로 뭉뚱그려서 흘려버리고 만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들여다보라.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모습을 띠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느끼는 것을 묘사할 때 가능한 한 창의적이고 다양하게 묘사하도록 하자. 정체가 모호한 통증을 예로 들어보자. 통증이 화끈거리게 아픈가 아니면 묵직하게 아픈가? 한시적인가 아니면 지속적인가?
똑같은 원리가 스트레스나 불안감에도 적용된다. 감정의 바퀴 같은 도표를 이용하거나 유의어를 검색해 자신의 경험을 세밀하게 묘사해 보자. 내면의 경험을 묘사할 때는 먼저 감각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그런 다음 세세하고 깊이 있게 들어가야 한다.
"짜증 나"로 끝내지 말자. 무슨 종류의 짜증인가? 친구한테 화난 짜증? 나한테 실망한 짜증?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짜증?
짜증 나는데, 정확히는 무기력한 것일 수도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것 같은 느낌. 마치 모래성을 쌓는데 파도가 계속 와서 무너뜨리는 느낌.
3) 감각을 기록하라
감각은 놓치기 쉬운 부분이지만 중요한 기록 요소이기도 하다. 몸 상태, 앉은 자세, 주변 환경, 호흡 상태, 얼굴 표정 등 모든 감각을 넣어라.
"오늘 교실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왔는데, 먼지가 반짝반짝 빛났어. 마치 작은 별들이 떠다니는 것 같았어."
"친구가 먹던 떡볶이 냄새가 났는데, 갑자기 배가 고팠어. 그런데 배가 고픈 게 아니라 뭔가 허전한 거였어. 마음이 허전한 거."
"책장 넘기는 소리가 좋아. 바스락바스락. 근데 오늘은 그 소리조차 짜증 났어."
이렇게 오늘 하루를 다시 살펴보면 그 안에서 아주 많은 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다. 하루에 하나씩 SNS에 올린다고 계획했다면 그중에서 뭘 올릴지 골라야 할 정도로 소재가 풍부해질 것이다. 당장 오늘부터 시작하라. 콘텐츠는 쌓일수록 빛을 발한다.
잡생각 일지 작전
이건 아주 신박한 방법이다.
공부하려고 하면 머릿속이 더 분주해진다. 해야 할 일, 들었던 말, 서운했던 장면, 쓸데없는 상상까지 온갖 생각이 번갈아가며 소매를 잡아끈다. 집중하려 할수록 잡생각은 더 또렷해진다. 생각을 억지로 밀어내려 하면 오히려 더 달라붙는다. 하지만 종이 위에 끄집어내면 잡생각은 종적을 감춘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뇌는 기억해야 할 정보가 처리되지 않았다고 느끼면 그걸 잊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의식 위로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이걸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부른다. 끝내지 못한 일을 계속 붙들고 있는 뇌의 본능이다.
그런데 이 어지러운 생각들을 종이 위에 적으면 뇌는 비로소 안심한다. “아, 이건 나중에 처리하면 되겠구나!”라고 판단하여 그 정보를 잠시 서랍 속에 넣어둔다. 일종의 임시 저장소를 만드는 셈이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1. 포스트잇이나 연습장 한쪽을 비워두자.
2. 공부하다가 잡생각이 떠오르면 잽싸게 적는다.
‘아까 급식 개 맛없었음’, ‘게임 업데이트 확인’, ‘민수한테 카톡’, ‘저녁 메뉴 고민’ 등등
3. 적자마자 다시 공부하던 책으로 눈을 돌린다.
생각을 무시하려 애쓰지 마라. 그냥 종이 위에 던져버려라. 머릿속을 비우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그 생각을 밖으로 꺼내 기록하는 것이다.
우리 뇌의 작업 기억은 생각보다 좁다. 동시에 여러 가지를 붙들고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이따가 해야지”, “잊으면 안 돼” 같은 생각은 마치 백그라운드에서 돌아가는 앱처럼 계속 자원을 잡아먹는다. 눈은 책을 보고 있지만 뇌의 일부는 여전히 “카톡… 저녁 메뉴… 고양이 영상…”을 반복 재생 중이다. 적어두는 순간 그 앱이 종료된다. “저장 완료.” 뇌는 더 이상 경보를 울릴 필요가 없어진다.
자유롭게 쓰는 법: 형식은 잊어라
'글을 못 써서…' 이런 말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 아마 국어 시간에 빨간 펜으로 첨삭당했던 기억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기장에 쓰는 글은 제출할 과제가 아니다. 누가 채점하는 것도 아니고, 점수를 매기는 사람도 없다.
맞춤법? 기승전결? 지금은 잊어도 된다. 논리적 구성?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슬프다'는 감정에 반드시 이유가 필요한 게 아니듯, 글에도 완벽한 구조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단락을 나누지 않아도 되고, 쉼표나 마침표를 빠뜨려도 괜찮다. 떠들 듯이, 숨 고를 틈 없이 흘러가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멈추지 않는 것이다.
"머리로 계산하지 말고 자유롭게 쓰라"는 조언은 거의 모든 치유 글쓰기 안내서가 공통으로 말하는 방식이다. 의식의 흐름, 자동적 글쓰기, 직관적 글쓰기, 연속 글쓰기 등 이름은 다양하지만 핵심은 하나다.
이미지든, 단어든, 감정이든 떠오르는 대로 계속 적어 내려가는 것이다.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을 주지 말고, 밑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밀고 가야 한다. 멈추지 말고, 고치지 말고, 판단하지 말고.
더 중요한 것은 ‘나다움’이다. '우와~'라는 말이 떠올랐다면 그대로 쓰면 된다. 굳이 '놀랐다'나 '감탄했다'로 바꿀 필요는 없다. '우와~'가 훨씬 더 나답다.
사람들은 꾸민 말보다 솔직한 표현에서 진심을 느낀다. '헐 대박', '아 진짜', '와 미쳤다' 이런 말들이 오히려 더 생생하게 감정을 전한다.
가끔은 내가 느끼는 감정조차 두려워질 때가 있다. 그래서 덮어두고 싶어진다. 하지만 감정은 덮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눌러둔 감정은 내면에 남아 있다가 다른 모습으로 튀어나온다. 짜증이 되고, 무기력이 되고, 이유 없는 예민함이 된다.
그러니 피하지 말고 써라. 거칠어도 괜찮다. 정제되지 않아도 괜찮다. 솔직하게 쓴 문장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나를 제대로 만나게 된다.
쓰기도 긍정적인 마무리로 끝내자. 앞의 긍정 말하기와 같은 방법이다.
"이 또한 지나갈 거야." "잘 안되면 어때. 또 하면 되지."
말로 할 때랑 똑같다. 입으로 내뱉든, 손으로 쓰든, 뇌는 그 말을 진짜로 받아들인다. 긍정으로 마무리된 글은 뇌에 긍정으로 저장된다. 오늘 쓰기의 마지막 문장이 뭐냐에 따라 내일 아침 나의 기분이 달라진다.
20분 타이머가 울렸다! 이제 뭐 할까?
자, 20분 동안 미친 듯이 썼다. 손목 아프고 손가락 굳었을 거다. 이제 소리 내어 읽자.
"에이, 귀찮은데..." 그래도 읽자. 이게 핵심이다. 눈으로만 읽는 거랑 소리 내서 읽는 거랑 완전 다르다. 눈으로 읽으면 시각만 사용하지만 소리 내어 읽으면 시각, 청각, 입 움직이는 촉각까지 뇌가 3배로 작동한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게다가 자기가 쓴 글을 자기 목소리로 들으면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어? 이 감정이 진짜 내 거 맞아?" 이렇게 갑자기 객관화가 된다. 마치 친구 얘기 들어주는 것처럼. "야, 너 많이 힘들었구나. 링딩동 때문에 진짜 고생했네." 이러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게 된다.
그리고 소리 내어 읽으면 새로운 생각이 막 튀어나온다. "아, 그래! 내가 진짜 짜증 났던 건 링딩동이 아니라 엄마가 '공부 안 하냐'라고 계속 물어본 거였어!" 이런 식으로 진짜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선생님, 저 글쓰기 진짜 못 해요. 한 문장도 못 쓰겠어요."
오케이. 그럼 이렇게 해보자.
1단계: 하루 한 문장. "오늘 링딩동이 들렸다." 이것만 써도 된다. 단 매일 쓰자. 시간을 정해 놓고.
2단계: 일주일 후, 하루 세 문장. "오늘 링딩동이 들렸다. 수학 공부할 때 특히 심했다. 짜증 났다."
3단계: 점점 늘려가기. "오늘 링딩동이 들렸다. 수학 공부할 때 특히 심했다. 근데 이상한 건, 어제는 영어 공부할 때 더 심했거든. 왜 과목마다 다르지? 혹시 수학이 싫어서가 아니라 수학 선생님 목소리가 링딩동이랑 비슷한 템포라서 그런가?"
이렇게 매일 쓰다 보면 생각이 확장되는 걸 느끼게 된다.
20분만 버텨보자. 20분 후, 머릿속 DJ는 조금 조용해져 있을 거다. 그리고 매일 20분씩 계속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깨닫게 된다.
"어? 오늘 링딩동 안 들렸는데?" 하는 그날이 온다. 믿어보자.
자, 펜을 들어 당장 써보자.
"지금 머릿속에서 링딩동이 들리고 있다. 아니, 링딩동이랑 트로피카나가 합쳐진 뭔가가 들린다. 완전 정신 사나워. 근데 이걸 쓰고 있으니까 조금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볼륨이 좀 줄어든 느낌? 계속 써봐야겠다."
글쓰기의 이점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단순한 기록을 넘어 엉킨 실타래 같은 생각을 정리하고 요동치는 감정을 다루는 힘까지 길러준다.
꾸준히 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진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장악하는 능력은 상위 1%를 결정짓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공부 효율이 오르지 않거나 마음이 예민해져 집중이 안된다면, 글쓰기에서 답을 찾아 보자.
더 깊고 내밀한 글쓰기의 힘이 궁금하다면 이후의 ‘마음을 다스리는 치유의 글쓰기’ 편을 참고하자. 그곳에 흐트러진 멘탈을 붙잡아줄 구체적인 처방전이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