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dupreneur 크리스티나 Nov 10. 2020

겨울밤의 샤워

그래서 오늘도, 감사한 하루

그리 배가 고프지 않은 저녁, 익숙한 습관처럼 ‘무엇을 먹을까?’ 생각을 한다.

조금 전 ‘양상추’를 사 왔지만 살 때와 다르게 지금은 먹고 싶지 않다.

호기롭게 양상추에 오이를 스스슥 썰어 넣은 샐러드와 쌀 바게트를 먹어야지 생각했지만, 죽어가고 있는 ‘무’에게 새 생명을 주기 위해 대신 무와 어묵을 넣은 무지짐을 하기로 한다.

 내가 먹으려고 했다기보다는, 야채실에 있는 저 무가 음식물쓰레기봉투에 들어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수단이었다.


요리에 하등 관심 없던 나는, 요리를 좋아하는 남자친구 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외식도 줄어들게 되면서 더욱 집에서 요리하는 비중이 늘기도 했다.

마늘, 파, 간장, 고춧가루만으로 맛을 낸 무지짐. 남자친구와 얘기를 하며 방심한 탓에 살짝 타긴 했지만, 처음 해본 음식 치고는 맛있다.

 

“우리 엄마가 요리를 잘해, 그러니깐 나도 안 해서 그렇지, 하면 잘할걸”


이란 말을 남자친구에게 하곤 했다. 스스로도 정말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다행히도 틀리지 않았다. 한번 해보는 음식도 내가 생각해도 곧잘 맛있다.

아픈 남자친구는 다행히도 내가 한 무지짐이 맛있다며 포장된 삼계탕에, 총각김치, 무지짐으로 저녁을 차린다.

옆에 누워있던 나는 무엇을 먹을까 생각을 하다, 냉장고에 있는 맥주캔과 무지짐의 조합이 떠올랐다.

“술은 일주일에 한 번만 드세요.”


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안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한 술이 요즘 그렇게 당긴다.


코끼리만 빼고 생각하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그렇게 머릿속엔 ‘코끼리 떠오른다.


맥주 한 캔과 무지짐, 그리고 조금 전 사온 갓 구워진 바게트를 안주삼아 한 모금 한 모금, 차가운 맥주를 넘긴다.

아, 맛있어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조합은 그럴싸하게 조화로운 맛을 냈다.


저녁을 먹자마자 설거지를 끝내고, 음식 냄새가 벤 옷을 벗어던지고 곧장 샤워를 하러 간다.


차가운 초겨울 저녁, 따뜻한 물은 내 몸을 금방 녹인다. 제일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다.


샤워를 하면 몸도 마음도 개운해진다. 맥주로 인한 살짝 느껴진 취기는 이내 가라앉고, 나는 좀 더 이 밤의 여유를 즐길 준비가 된다.


아침의 시작은 물로 얼굴을 적시는 세수부터 시작한다.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물을 한 컵 마신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하루 종일 보낸 하루의 온갖 먼지가 내 옷에도, 얼굴에도 마음에도 달라붙어 집까지 따라온다. 귀찮지만, 어서 샤워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차가운 겨울밤, “샤워해야지마음먹기란, 겨울 아침 따뜻한 이불속에서 나오기 위한 만큼의 용기가 필요하다.


아, 오늘도 하루가 갔구나.” 따뜻한 물에 차가운 몸을 적시며 안도감이 짙은 긴 호흡을 내뱉는다. 다른 계절보다 겨울에는 좀 더 따뜻한 물에 오래 머무르고 싶다.


물을 잠그는 순간 찾아올 차가움을 느끼기 싫지난 그래도, 샤워는 끝내야 하니, 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는다. 깨끗해진 몸에 꾸덕한 바디로션을 철퍼덕 바르고, 얼굴에는 오랜만에 팩을 얹는다. 겨울이라 팩은 더 차갑게 느껴진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지친 몸과 마음을 정리하는 따뜻한 물로 하는 샤워는 빼놓을  없는 하루의 소소한 기쁨이다. 이런 소소함 덕에 오늘 하루도  살았다 생각하한다.

하루의 피곤으로 얼룩졌던 몸과 마음이 풀어지는 시간이다.



오늘도 따뜻한 물로 샤워를   있음에 감사한 하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