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다섯 가지만 기억하자. 비밀, 연막, 인내, 침묵, 회귀.
"야, 사내 연애는 절대 하지 마. 들키면 회사 생활 끝이야."
입사 후 첫 회식 자리에서 사수 선배가 말했습니다. 저 역시 그 말에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회사만큼 연애하기 최적인 공간이 없습니다. 연애 호르몬이 온몸을 휘감는데 평일에는 야근하느라 여자 친구까지 만나는 시간은 사치고, 주말이면 우린 피로에 절어 있죠. 회사 밖에서 만난 애인과는 서로 소홀해졌다며 헤어지는 것은 다반사요, 좁아진 활동 반경 탓에 아는 여자 사람 수조차 점점 줄어갑니다. 그때, 같은 회사 직원이 커피 한 잔의 작은 호의를 보인다면? 그린 라이트다! 하지만 그 선배 말이 여전히 머릿속을 맴돕니다. 고민의 순간, 유레카를 내뱉습니다.
"근데 안 들키면 되는 거 아니야?"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회사란 '성과를 내기 위해 일의 효율을 높이고...' 따위의 말만을 반복할 수밖에 없고, 그래야 하는 곳입니다. 사내 연애를 통해 격려를 받고 사기가 올라간다는 건 당사자들의 의견일 뿐이죠. 회사에서는 애초에 직원이 사내 연애를 하는지의 여부는 중요치 않습니다. 그저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방해가 되는가?'의 문제일 뿐. 당신의 나태함이 조금이라도 발견되는 순간, '연애 때문이다'라는 종착점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무작정 선배들이 사내 연애를 비추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고요. 굳이 하려면 비밀을 유지해야 직장 생활이 평화로울 것입니다. 물론 그 선배도 사내 연애를 했었던 것은 비밀인 거 아시겠죠?
직장 동료를 모두 애인처럼 여겨라.
저는 사내 연애 반대파는 아닙니다. 같은 직장 상사를 욕하고, 비상계단에서 몰래 스킨십도 나누고, 매일 보는 등 이런 재미를 어떻게 포기할 수 있나요? 이 흥미진진한 사내 연애를 만끽하려면 다른 이성들과 친해지는 것이 좋습니다. "A 씨는 직원들하고 서슴없이 다 잘 지내네?"라는 말을 들으면 절반은 성공한 셈입니다. 일종의 연막작전이죠. 그래야 애인과 대화를 나눈 것도 수상해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상대까지 이 작전에 동의했다면 만사 오케이입니다. 심지어 어느 이성 동료가 "A 씨는 날 좋아하는 것 같다"라고 오해하고, 당신 애인 귀에 그 말이 들어가도 그리 나쁜 상황만은 아니에요.(물론 약간의 다툼은 따르겠지만...) 애인은 속으로 '이미 A는 나랑 사귀고 있거든?'이라는 상대적 승리감을 느낄 테니까요. 이성 동료와의 스몰 토크도 어느 정도 용인되곤 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누군가 날 좋아한다는 사실은 상당한 우월감을 주기 때문이죠. 동시에 사내에서는 친절하고 다정한 동료로 인식될 테니 일석이조라고 해야 할까요. 단, 이때 행동을 실수했다간 평판만 나빠지고, 그 동료에게도 애인에게도 욕을 바가지로 먹을 수 있으니 늘 주의가 필요합니다.
너는 너, 나는 나
뻔한 이야기지만 그렇기에 빼놓을 수 없는 말. 서로를 간섭해서는 안 됩니다. 앞서도 말했듯 사내 연애는 당사자들에게나 중요할 뿐 회사에서는 고려하지 않는 요소입니다. 그렇기에 애인이 잘못된 행동이나 실수한 일 때문에 상사에게 질책당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죠. 애인이랍시고, 어설픈 정의감에 불타 그를 편들어주려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그저 인내하세요. 직장 상사가 그에게 지나치게 대한다면 당신이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나서서 제제할 겁니다. 순간의 분노에 휩싸여 주제 파악 못 하고 먼저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위로는 밤으로 미루세요. 공과 사 구분이 가장 흐릿해질 때가 남녀가 몸을 섞은 뒤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러기엔 연인이 실망하고 섭섭해하지 않겠느냐고요? 물론 그럴 수 있겠죠. 대신 칭찬 받을 일이 있을 때는 남들보다 더 격렬하고 과하게 칭찬해 주세요. 좋은 일에 오버하는 것이 의심의 확률을 낮춥니다. 대개 '소개팅 구걸하느라 애쓰네'로 보지, '둘이 연애한다!'라고 보진 않더라고요. 그것이 학생 때와는 다른 직장인의 시선입니다.
술자리에서 사생활 공개는 절대 금물
사내 연애를 들키는 가장 큰 계기는 회식 자리나 술자리에서 저지르는 사소한 실수입니다. 혈관에 여명808이 흘러 소주를 궤짝으로 마셔도 안 취한다면 크게 걱정하지는 않겠습니다만. 보통 주량이라면 상사 페이스를 맞추다가 취하기 일쑤입니다. 그렇다고 오는 술잔을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평소 파블로프의 개처럼 술에 취해도 사생활을 얘기하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게 답입니다. 하루 중 대부분 시간을 직장 동료와 보내는 우리가 술김에 말하는 "내 친구는~" 방식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사내 직원과의 에피소드로 유추됩니다. 혹여 술자리 코난이 등장해 "주인공은 이 안에 있어!"라고 외치며 솔직히 말하라고, 우리만 알고 있겠다고 분위기를 주도한다면 비밀 연애는 끝이 납니다. 아무튼, 술자리는 원수입니다. 절대 제 이야기는 아니에요.
헤어졌다면 이성적으로 판단하라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입니다. 만약 헤어졌고, 퇴사할 생각이 없다면 악감정, 앙금 없이 다 제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게 어른이니까요. 너무 냉정하거나 혹은 약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그래도 이제 알아서 먹고 살 방법을 궁리하는 게 먼저입니다.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사랑은 다시 돌아오는 거야!' 따위의 순진무구한 생각은 드라마와 애니 주인공에게 맡기세요. 사내 연애를 두고 다소 냉정하게 조언하는 선배, 상사의 말에도 너무 파르르 하지 마세요. 드라마라면 악역이라 욕할 사람이, 실은 가장 현실적인 사람인 법입니다. 제가 이렇게 구구절절 말하는데도 미적대는 감정으로 주변에 우울한 기운을 뿜어내는 사람은 회사에서 불편한 찌질이로 각인될 뿐입니다. 이제 동료가 된 그, 그녀의 회사 생활을 응원하며 감정을 추스릅니다. 사내 연애가 끝난 순가부터는 현실을 직시하고 사회생활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뜨겁게 사랑하고 헤어지세요. 부러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