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제 친구가 궁금한 게 있대요
친구 생일도 벌써 두 달이 다 지나가서 오랜만에 친구 일하는 카페에 갔다. 챙겨 뒀던 선물을 주고, 신제품을 먹어 보라기에 하나 얻어먹고, 동생이 읽어 보면 좋겠다고 갖다 준 책을 펼쳐 읽다가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였다.
건너편에 있다가 자리를 정리하고 나가던 여자 두 분이 돌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창문 쪽 경치 보러 가시는 중인가 싶은 순간 두 분 모두에게서 아이컨택을 받았다. 무슨 일일까 싶어 나도 갸우뚱하며 눈빛으로 질문하자 일행 중 한 분이 이렇게 물었다.
저기요, 입고 계신 니트 어디서 사셨어요?
뜻밖의 물음에 웃음이 나왔지만 금방 정신을 차린 뒤 아, 무슨 브랜드요, 하고 말씀드렸다.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데, 하며 갸우뚱하시길래 다시 한 자, 한 자 말씀 드린 후 어떤 계열의 브랜드인지 알려 드리자 질문하신 분이 말했다.
“아, 얘가 니트를 되게 좋아하는데 아까 들어오실 때부터 니트가 너무 예쁘다고 어디서 산 건지 궁금하다더라고요. 가서 물어보라고 해도 못 묻겠다고 해서 제가 대신 여쭤 봤어요.”
이 옷이 있을까 하고 검색해서 보여드렸더니 다행히도 재고가 있었다. 캡처 화면 좀 보내 줄 수 있겠냐는데 번호 교환까지는 좀 그렇고, 네이버에서 상품명 검색 기록 남기시기를 권하자 유레카 표정을 지으셨다. 그리고 민망하셨는지 다시 폭풍 칭찬을 하셨다.
“아니, 제가 원래 니트를 좋아하는데 입고 들어오시는데 너무 예쁜 거예요~ 니트도 니튼데 분위기가 있으셔서~“
칭찬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으려니 처음 질문하셨던 분이 내가 보던 책을 가리키며 책 어떠냐고 물으셨다.
“아, 아직 읽는 중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의 저한테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 키우는 데에 적용할 수 있는 포인트도 나오고.”
그러자 처음 니트가 맘에 들었다는 분이 이 친구가 상담사라며 갑자기 자리를 깔 기세로 내가 아이 엄마라는 사실을 반가워하셨다. 모름지기 아줌마들 사이에서 자식 고민 만한 초미의 관심사도 없는 법.
아니 지금 바로 앉아서 상담이라도 받으라는 건가 하고 잠시 뇌에 지진이 일었지만 그러시구나, 멋지시다, 근데 저희 집은 애엄마가 금쪽이라서요, 하고 눈 찡긋을 시전하며 스몰토크를 잘 마무리했다.
감기 걸린 채로 애들 여름옷 다 집어넣고 냉각수 센서 교체와 세차까지 마친 후 무리해서 친구 보러 왔다가 교양 있는 여자 같다는 뜬금포 칭찬을 듣고 말았다. 낯 뜨거워 지금은 사회적인 얼굴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대답으로 웃음 드리며 칭찬 들은 은혜를 갚은 하루.
집에 가기 전 친구에게 아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한 후 이런 일도 있네, 아휴 남자들이 와서 물어봐야 했는데, 하고 깔깔 농담을 하자 친구가 아주 기가 막힌 조언을 해 줬다.
“야, 이건 누가 봐도 여자 옷이잖아. 남자 옷을 멋지게 입고 다녀야지, 그러면 남자가 와서 이 옷 어디서 사셨어요 하고 물어볼 텐데.“
기적의 논리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