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우리는 같은 꿈을 꾸고 있어.
올림픽 틀어 놓고 소파에 드러누워 크림을 바르는 평화로운 밤이었다. 거품 짜서 얼굴 잘 씻고 양치도 하라고 아까 욕실로 들여보낸 아들이 언제 나왔는지 쓱 다가오며 말했다.
엄마, 오늘은 엄마 잔소리가 많이 줄었네요?
프로 마미는 당황하지 않고 테레비 볼륨을 줄인 후 "응? 뭐라고?" 하면서 귀부터 의심했다. 그런데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아니, 엄마가 어제는 잔소리를 많이 했는데 오늘은 잔소리를 별로 안 하는 것 같아서요.“
앞담화를 하려니 민망했는지, 말을 하면서도 머쓱하게 웃는 아들을 보며 어제의 잔소리쟁이는 잠시 현타가 와 반성했다. 그러면서도 오늘은 왜 잔소리를 별로 안 했는지 원인을 짚어 봤다.
"아, 알겠다! 너네가 오늘 말을 너무 잘 들은 거야! 엄마가 집에 왔는데 수영 가방이 안 굴러댕기고 자기 자리에 있었지? 그리고 너네가 수영복도 꺼내서 바구니에 다 넣어 놨고. 그리고 너가 문해력도 풀고 있었잖아? 그러니까 엄마가 잔소리할 게 없었던 거야! 엄마가 잔소리 안 하니까 좋지?"
가스라이팅 아닌가,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어쨌거나 두어 달 넘게 진행 중인 잔소리가 이제야 씨알이 먹히나 보다 싶어 아이들이 기특하고 대견하려는데 아들이 이런 말을 했다.
네, 어제 기도하고 자길 잘했어요.
어제의 잔소리쟁이는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엄마도 잔소리 없는 세상에 살고 싶은데, 우리 아들 마음은 오죽하겠나. 8월도 어느새 한 주가 다 지나갔고, 여름 방학도 절반 넘게 흘러갔다. 어떡하냐, 이제 개학 전에 방학 숙제 하는 걸로 잔소리를 해야 되는데.
오늘도 기도를 하고 자야겠다고 중얼거리는 아들을 보며 아아 오늘밤엔 나도 기도를 하고 자야겠다 생각했다. 신이시여, 내일은 엄마가 잔소리를 덜 하게 하옵소서. 부디 잔소리 따위 하지도, 듣지도 않고 집구석이 잘 돌아가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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